손흥민 선수는 아시안게임 전체 1골 5도움의 개인 기록을 세우며 주장으로서 완벽하게 팀을 이끌었다. 이 기록은 수많은 기회 앞에서 직접 골을 넣기보다 동료가 득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공격수였지만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상대 공격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며 수비했다. 무릎을 다쳤던 수비수 김진야 선수는 “형이 있었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끝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열정적이고 솔직담백한 화법은 팀에 투지를 불러왔을 것이다. “누가 됐든 도와줘야 해. 뛰는 사람, 안 뛰는 사람 가리지 않고 하나가 되는거야.” 자신은 낮추면서 동료는 높이는 성숙한 모습도 말도 인상적이다. 빛나는 공격수가 아닌 궂은 일 도맡아 하는 이타적인 ‘만능 도우미’ 손흥민 선수의 성숙한 커뮤니케이션은 뛰어난 재능에 더욱 아름다운 날개를 달아주었다.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의 저자인 월리엄 더간은 기업이 천재라고 하는 소수의 인재에게만 놀랍고 새로운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혁신은 천재 한 명이 보여주는 원맨쇼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서로 직관으로 소통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나고 인정받는 범위가 넓다고 해도 우월감을 버리고 팀원의 능력을 더욱 빛내주는 헌신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존중과 수용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는 내가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자 다른 사람의 관점을 통해서 사물을 보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감이나 자존감이 큰 리더의 경우 타인의 관점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애초에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잘난 사람’이 자신을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일은 정말 어렵고도 위대한 일이다.
우리 사회가 성숙했다고 느낄 때는 사람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한 명에게만 시선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다. 강철 체력을 가졌다고 하지만 7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온 힘을 다했던 수비수 김진야 선수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은 음지에서 묵묵히 그러나 치열하게 제 몫을 다하는 사람들의 땀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모든 일을 내가 혼자서 완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냈을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함께 나의 성공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공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더욱더 가치 있는 일이다.
대표팀의 슬로건은 ‘원팀(One Team)’이었다. 슬로건대로 완벽함 팀플레이를 보여주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경기를 보여주었던 이 멋진 팀의 시작은 이제부터이다. 23세 이하 선수들의 가능성은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이미 모범을 보았다.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운 선수들이 ‘원팀’으로 완벽하게 성공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리더로서 성숙해지길 바란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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