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장래의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장래 반드시 실현되는 사실이면 실현되는 시기가 비록 확정되지 않더라도 이는 기한으로 보아야 한다. 통상 계약 등에 있어서 기한은 날짜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날짜로써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되는 장래의 사실 자체를 규정해 놓은 경우에도 성격에 따라 기한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날짜로 지정하지 아니한 기한은 외관상 조건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구분이 특히 문제 되는 것이다.
판례에 의하면, 법률행위에 붙은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해서 이를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하여,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이를 조건으로 보아야 하고,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이 기한으로 보는 경우에는 그 장래의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경우에도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판례에 나타난 사안을 간략화하여 살펴보자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대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피고는 이를 다투며 반소를 제기하였는데, 소송 진행 중 “원고가 제3자(피고가 책임을 져야 할 주체라고 주장하는 제3자)로부터 대금을 직접 지급받으면, 원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고, 각자 소를 취하하고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
위 합의사항의 이행은 원고가 위 제3자로부터 돈을 모두 지급받은 후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 ‘원고가 위 제3자로부터 돈을 모두 지급받는다’는 부관은 장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로서 조건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한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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