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동안 이런 경우도 있었다. 처음 맡은 업무는 통합민원이었고, 그 중에서도 인감을 담당했다. 인감도장의 경우 본인의 가족관계부나 주민등록상의 한글 또는 한자 성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편람을 통해 숙지하고 있었고 어느날 오신 민원인의 인감을 발급하다가 인감도장의 성명이 다름을 알게 됐다.
당연히 절차에 맞게 인감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당장 급한 서류이고 항상 발급을 해왔기 때문에 요구를 불편하게 느꼈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셨다. 그 당시 발령을 받고 온 지 한 달이 되지 않은 때여서 당황스런 마음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일은 계속 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이 일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은 아닌지를 고민했다.
그럴 때마다 만나면 감사를 표하는 민원인을 보며 지난 6개월을 보낸 것 같다. 현재 일하는 동 주민센터에 주로 오시는 분들은 연령대가 높아서 잘 듣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고 본인이 와서 하시려는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고령의 민원인이 아내의 사망신고를 하러 오시고 그 이후에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위해 여러 번 방문하신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사망신고 처리를 처음 해보는 것이라 시간도 다른 분들보다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기다려 주시는 것을 보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다음에 다시 방문하셨을 때 더 잘 해드리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뵙게 되었을 때 저번에 고마웠다는 말을 먼저 기억하고 해주셔서 놀랐고, 작은 실수를 웃고 넘어가 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그 분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일이 있으시면 오셔서 밝게 인사해주셔서 그때 기억이 자주 나곤 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공직에 임하는 마음이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무원을 준비하며 공부하는 기간에는 합격만을 목표로 하였지 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막상 들어와서 느낀 현실이 그리 녹록지는 않았지만 신규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조직과 업무 적응기인 ‘시보’ 생활 6개월은 잘못된 생각을 변화시켰으며, 앞으로의 공직생활에 좋은 내비게이션이 된 것 같다.
앞으로의 공직 생활이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될지,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시보가 해제되고 얻은 작은 설렘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공직생활 중에 찾아올 다른 설렘을 기쁘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과 같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직에 임하길 스스로 다짐해 본다.
정효원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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