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디자인컨설턴트 얀 칩체이스는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의 다양한 기업의 제품 컨설팅을 해준다. 기업에서 의뢰가 오면 현지로 날아가서 그 나라 사람들의 풍속과 습속, 그리고 생활 패턴과 문화를 낱낱이 조사한 후, 어떤 제품이 좋고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다. 뉴욕에서 살던 사람이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사람도 깨닫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잡아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얀 칩체이스는 <관찰의 힘>이라는 책을 통해 그 비결을 공개하고 있다.
저자는 좋은 카메라를 사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데 사용한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기름을 넣는 모습이나 신용카드를 꺼내는 모습 같은 지극히 평범한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본다. 이런 평범함 속에서 혁신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날마다 보고 만지고 사용하지만 한 번도 ‘왜?’라고 묻지 않았던 것들을 관찰하면서 ‘왜?’를 이끌어내고 그 답을 해주는 과정을 이 <관찰의 힘>에 담고 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관찰이 글쓰기의 큰 힘이다.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일이 어렵고 뭘 써야 할지 모른다면 먼저 세심하게 자기 일상을 관찰해서 사실 그대로만 적는 연습을 해보자. 어떤 사건이든, 한 사람의 행동이든 자기 생각을 써야 하는 부담을 내려놓고 찬찬히 관찰한 것만 써보자. 눈으로 보는 듯하게 묘사만 해도 훌륭한 스토리이고 좋은 글이 된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어설프게 문장에 이런저런 수식어가 가득한 글보다 훨씬 간결하고 정직한 글이 된다. 인상 깊은 스토리의 전형에 대한 부담을 버려야 소소한 일상을 소중한 스토리로 깨닫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꽤 조용한 활동 같지만 정신엔 굉장히 역동적인 영향을 준다. 일기만 썼을 뿐인데 뭔가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위로받고 치유 받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몸은 가만히 있었는데 정신은 큰 운동을 한 것처럼 개운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루의 생활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은 그런 느낌이 날마다 일기를 쓰는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일기는 모든 글쓰기의 바탕이다. 내용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엄청나게 많은 글감을 모두 다룰 수 있다. 그날의 이야기 가운데 무엇을 글감으로 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글쓰기 연습이 모두 가능하다. 읽은 책을 내용으로 쓰면 독후감이 되고, 주말과 휴일에 옥상이나 주변 자투리땅에 농사짓는 이야기를 쓴다면 영농일지이다. 일기 쓰기는 모든 글쓰기의 잠재력을 쌓고 자신감을 기르는 소중한 시간이다. 날마다 어떤 소재든 어떤 형식이든 날마다 일기를 써보자. 이것만 잘 되면 다른 글을 쓰는 일에 두려움이 사라진다. 아마도 한 달만 매일 써도 쓰기 한 달 전보다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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