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는 경제에는 문외한이다. 노년학자로서 복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일 뿐이다. 보기에 저들의 불만이 이해가 간다. 생존 가까운 중요한 문제에서 상대방 이해보다는 자기 이해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기의 이해가 중요하긴 하지만 생각의 틀, 사고의 논리는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서로간의 다툼을 지양할 수가 없다.
이 다툼에서 이야기되지 않는 중요한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구조적으로 사회 전 분야에서 하도급과 원도급의 지나친 격차다. 재벌과 여러 층위의 하도급 업체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이는 일하는 시간이나 일의 수준 그 어느 것을 보더라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을 지경으로 크다. 무엇이 원도급과 정규직에 비해 하도급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
둘째, 노동에 비해 자본에 대한 지나친 우대다. 원도급이나 정규직은 하도급이나 비정규직에 비해 자본 면에서 대체로 우월하다. 공부할 시간이 확보될 수 있어 정규직에 가기 쉽고, 시설과 토지 및 정책 금융에의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원도급은 하도급보다 우월한 지위다. 그리고 이 차이, 우월한 지위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편한 길이 바로 하도급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다.
그 차별을 정책에서부터 현실 적용을 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원도급과 정규직이다. 그래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할 수 없게 만들어서 이러한 틀을 유지해온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이 다툼에서 이야기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소상공인의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로열티다.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나와야 할 이 두 가지가 전혀 이야기되지 않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임금 부분보다 소상공인을 더 옥죄는 것이 저 두 가지가 아닐까? 그런데 왜 그 부분은 이야기되지 않은 채 임금 인상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일까?
이보다 앞서 일어난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청년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입주민들의 반대시위다. 그러니까 값싼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집값 떨어진다는 님비현상(NIMBY)에다 세대 간 갈등까지 얹힌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것을 세대갈등으로 보려는 시각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역시 최저임금과 통하는 부분으로, 내가 살기 위해서 상대만 공격할 뿐, 구조적으로 나를 옥죄는 것은 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 그 때문이다. 자본 이외에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도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벌자면, 그렇게 돈이 벌리게끔 만든 사람들의 희생이 전제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하자면 풍요로워야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공정하면서 공동체가 살아 움직여야 한다. 사촌의 땅 구매에 대한 무조건한 배앓이가 이기적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정함이 지켜져 서로의 몫을 인정할 수 있다면 공동체는 어지간한 배앓이를 포함하더라도 이보다는 잘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차별과 배제는 일부의 효율성 추구에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공동체에는 큰 걸림돌이다. 서로의 이해를 보듬어 우리의 이해로 만들어가는 공동체 정신이 있어야만 갑과 을의 구분과 다툼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의 복지와 행복이 가능하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노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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