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전쟁에서 6일 만에 항복시키고 두 나라 사이에 위치한 시나이 반도를 빼앗으며 휴전했다. 하지만 이집트는 전부 반환을 요구하고 이스라엘은 일부 반환을 주장하며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978년, 미국의 국무장관 사이러스 밴스가 중재에 나섰다. 이집트는 왜 전부 반환을 고집하는지, 이스라엘은 쓸모없는 땅을 왜 일부만 반환하려 하는지를 알아보았다.
이집트는 명예회복을 원했다.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정부의 위신이 서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집트가 다시 침공해 올 경우, 시간을 벌기 위한 지역이 필요했다. 완충지대 역할을 할 만큼의 땅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갈등 중재는 땅을 전부 반환하되, 그 땅에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해 완충지대가 생기도록 하였다. 20세기 가장 훌륭한 갈등해결(협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과를 중심으로 보면 쉽고 간단하게 해결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갈등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서로의 입장에 치우쳐 상대방의 이해관심사를 파악하지 못해 오랜 기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렇듯 첨예한 갈등도 중재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수원화성 군 공항 이전에 대해 살펴보자.
수원시는 군 공항 이전을 원하고 있다. 수원시의 많은 시민들이 소음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방부의 승인을 받아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에서는 화성시 화옹지구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했다.
화성시도 탄약고부지 주변의 동부지역 주민들이 소음피해를 받고 있어 군 공항 이전을 원한다. 그러나 화성시로 이전은 반대하고 있다. 쿠니사격장으로 피해를 겪었던 매향리 주변의 화옹지구(매향리로부터 6㎞에 위치)에 군 공항 이전이 대두되면서 시민들의 피해의식이 커졌다. 화성시와 시민들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화성시에는 현재 군 공항으로 피해를 보는 동부지역과 화옹지구 주변지역에 찬성하는 단체들이 있다. 화성시에 찬성과 반대가 공존하고 있다. 작년 2월 예비이전후보지가 선정된 후 지자체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나이 반도의 갈등 사례처럼 중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국방부)에서 이해당사자들에게 군 공항이 왜 이전돼야 하는지, 어떻게 화옹지구가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됐는지(수원시가 지정해 건의했는지, 국방부가 특별법에 따라 군사작전 및 입지 적합성을 고려해 선정했는지), 다른 공항과 통합, 폐지 등 다른 대안은 없는지, 수원시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신 공항의 이륙방향(바다 쪽)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설명해 주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갈등관리 전문가를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토론과 숙의의 공론화’를 거쳐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국방부에서도 이러한 갈등을 예측하고 ‘군 공항 이전 갈등관리 연구(2014)’를 통해 ‘공론화 프로세스를 도입해 민관 협치를 거쳐 군 공항을 성공적으로 이전한다’는 훌륭한 갈등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공사업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갈등은 사회발전의 필수조건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요인이다. 갈등은 혁신과 변화를 유도해 주는 순기능이 있다. 민주사회에서 갈등은 불가피한 사회현상으로 회피해서는 안 된다. 갈등은 공론화 등의 사회적 합의형성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국방부의 훌륭한 중재를 기대한다.
이범식
수원시 군공항이전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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