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로 바뀐 후, 지난해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에 따른 통계상 우울한 고용감소라는 1차 쇼크, 올해의 주 52시간제의 신속한 단축은 삶과 일의 균형(워라밸)이 향상되기보단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2차 쇼크다.
지난 2월 20대 국회는 여야 합의로 오래된 숙제였던 근로시간 단축법안을 ‘사명감’을 발휘해 개정했다. 당장 이번달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휴일(근로)을 포함한 현재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 시행됐다.
법 개정 이후 4개월 동안 현장의 이유 있는 절실한 호소에도 ‘문제없다’로 어물쩍하였다. 덜컥 법 시행에 따른 현장의 상황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 돼버렸다.
노사는 시각을 달리해 경제계는 기업의 생산활동 위축으로 경제침체에 빠진다는 반면에, 노동계는 고용의 증가로 경제성장한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친다. 사실 근로시간 단축법이 조속하게 개정된 관계로 사전준비가 충분치 않았다. 당장의 소용돌이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더 큰 고용 감소의 우려가 예상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어디까지가 일인가’라는 근로시간의 개념에 대한 질문을 해결해야 한다. 흔히 직장 내 회식, 거래처 접대, 출장, 흡연 등이 근로시간인지 여부를 애매하게 노동관행으로 처리했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서둘러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예상한 바대로 기존 판례와 행정해석의 충실한 모음집이어서 논란이 남아있다.
비정상의 근로시간제를 ‘정상화’한 입법임에도, 여전히 현장의 특성상 주 52시간보다 더 많은 장시간을 근로하는 기업은 많다. 현실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노사 모두가 소득감소 및 경영부담으로 싫어하는 정책이 되었다. 그런데 주 52시간 초과해 근무하게 되면, 처벌의 유예기간도 없이 아예 불법으로 만들어 놨다. 사용자(대표이사)는 졸지에 ‘형사처벌’(2년 이상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지난달 20일 준비 부족으로 비난을 받다가, 고위 당정청협의회는 사실상 ‘6개월 단속과 처벌의 유예조치’라는 결단을 전격적으로 내렸다. 경제계와 달리 노동계는 반발해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젠 노사정은 현장의 혼란을 없애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 연착륙해야 한다. 정부로서는 계도기간이 임시방편이 아닌 노동시장의 추세를 고려해 사업장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현행 근로시간의 규율체제 개편(탄력적 근로제의 단위기간의 1년 연장, 화이트칼라의 이그젬션의 도입 등), 복잡한 연공형 임금체계의 과감한 손질(성과형 직무급의 임금체계, 주휴일의 무급화 등) 등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정부는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본격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결국은 경제주체 모두가 고통을 분담할 자세로 더 ‘현실주의’로 나갈 수 있는 결단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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