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안전관리와 신임 지자체장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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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함께 신임 지자체장들의 임기도 시작했다. 신임 지자체장들의 첫 행보는 신선하고 좋았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대다수 지자체장은 취임식을 취소하거나, 간단한 선서로 대체했다. 대신 재해 취약 현장을 방문하거나 재난안전대책 회의를 주재하는 것으로 지자체장 업무를 시작했다. 

이 같은 초심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마가 지속하고 태풍이 오는 지금 시기는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취약시설에 대한 현장 점검도 해야 하고,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복구작업도 신속하게 해야 한다. 사후대책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사전예방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시설물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유지관리하는 데는 소홀했다. 정부의 인프라 예산만 하더라도 신규사업 예산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유지관리비는 얼마나 투자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유지관리 예산이 신규 사업 예산을 초과했다. 우리는 최근에야 유지관리가 필요한 노후 시설물의 안전관리 실태조사를 하는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시설물 안전관리 평가’ 보고서(2016년)를 보자. 안전관리 대상 시설물은 국토교통부 소관의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1종 시설물이 8천175개, 2종 시설물이 6만 2천934개, 소규모 취약시설이 7만 6천668개나 된다. 국민안전처 소관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국가기반시설은 271개, 특정관리 대상시설은 16만 4천47개나 된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노후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적정한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도나 국철은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 확보가 쉬운 편이다. 하지만, 지자체 소관의 지방도ㆍ도시철도ㆍ하수도 등은 적정한 유지관리 예산의 확보가 어렵고, 그만큼 성능이나 안전관리 수준도 취약하다.

현재 지방도의 유지관리는 국비 지원 없이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만 시행하고 있다. 도시철도는 일부 사업에 한해서만 국비 지원을 받고 있으며, 유지관리비는 자체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광역상수도의 노후관 개량은 국토교통부가 30% 지원해 주고 있지만, 지방상수도는 국비 지원 없이 지자체 재원으로만 유지관리를 하고 있다. 하수관로 정비도 국비 지원이 가능하지만, 광역시는 30%, 도청 소재지는 50%, 시ㆍ군은 70% 수준이다.

 

신임 지자체장들은 안전관리 대상 시설물의 현황 파악과 더불어 선제 유지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받거나 독자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도시철도나 지방하천과 같은 지자체 노후 시설물에 중앙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률안은 이미 지난해 말에 국회에 상정돼 있다. 신임 지자체장들도 이 법률안의 통과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한다. 아울러 지자체에서도 과세 자주권을 확보하고, 노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필요한 투자를 실행해야 한다.

 

30년 이상 된 노후 시설물이 급증하면서 안전에 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뒤에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사후약방문이다. 중앙정부의 지자체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자체도 안전관리에 투자할 수 있는 독자 재원을 마련해야 선제적이고 사전예방적인 안전관리가 가능하다. 신임 지자체장들의 리더십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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