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시작된지 28년 동안 단 한번도 진보성향의 군수를 배출하지 못한 양평.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보수성향의 자유한국당이 ‘경선이 곧 본선’으로 지칭될 만큼, 여론의 우위를 점했다. 심지어 제대로된 군수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터라 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처럼 진보의 불모지에서 기적의 승리를 일구어낸 인물이 바로 정동균 군수다.
국회의원 1번, 도의원 1번 등 두 번의 패배를 딛고 일어선 그에 대한 군민의 기대는 남다르다. 양평은 서울의 2배가 넘는 면적이지만 상수원 보호구역, 군사보호지역 등 각종 중첩된 제약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표적 지역이다. 정 군수는 이를 제대로 해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4년의 항해를 시작했다.
- 첫 민주당 출신 군수가 된 소감은.
절대 보수텃밭에서 민주당 지방정부를 세웠다는 게 솔직히 지금도 실감 나지 않는다. 과거 총선에서 보수당 후보에게 전국 최다 표를 몰아줬던 양평이였고, 지난 대선 때도 한국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주었던 양평이다. 이번 선거에서 군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감도 있었지만 수 십 년간 이어 온 보수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양평발전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커 표를 몰아주었다 생각한다.
- 선거 과정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압도적인 조직력을 가진 경쟁 후보에 맞서 주눅 들지 않고 신념과 열정을 다한 당원들의 모습과 시장에서, 차 안에서 남몰래 지지의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여주던 군민들의 얼굴이다. 그들을 보면서 남몰래 눈물도 흘렸고 참 많은 감동을 받았다. 선거가 과열되자 경쟁 후보 진영과 지역 언론 매체를 통한 여러 가지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격이 집중되면서 판세가 기울어진다는 불안감이 가중되었을 때, 네거티브의 유혹을 물리치고 끝까지 정도를 지킨 것도 기억에 남는다.
- 당선되면 여의도에 살겠다고 했는데.
양평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회로, 중앙 정부로 경기도로 뛰어다닐 각오다.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선택의 연속이다. 자원이 풍부해지면 더 많은 선택의 기회가 생긴다. 군수로서 가장 중점적으로 할 역할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양평의 자연을 보호하면서 지역경제 발전을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섣불리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폭넓게 듣고, 정부와 협의도 해야 한다. 그렇게 큰 그림이 그려지면 군민들과 소통하며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렇게 예산을 확보하는 노력과 심모원려(깊은 꾀와 먼 장래에 대한 생각)를 통한 큰 틀에서의 정책 결정이라는 군수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여의도’라고 지칭한 것이다.
통상적인 행정 행위들은 공무원들에게 대폭 권한을 이양할 생각이다. 취임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양평군의 공무원들이 유능할 뿐만 아니라 소신도 있고 열정도 넘친다고 느끼고 있다. 믿고 맡길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군민들과의 스킨십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군민들과 손을 맞잡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보다 큰 양평의 발전을 위해서는 당분간은 주중에는 지역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자제할 생각이다. 대신 주말에는 될 수 있으면 지역행사에 참석해 군민들을 뵙고 소소한 얘기도 나눌 계획이다.
-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수위의 성과와 향후 추진 계획은.
높은 학식과 지혜를 갖춘 인수위원들 덕분에 양평의 문제점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그 해결책에 대한 수준 높은 제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위의 활약으로 불공정한 계약 관행과 세금 낭비 실태들이 상당 부분 드러나고 있는 것은 큰 성과라 생각한다. 문제를 정확히 알면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인수위가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해서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그 백서에는 양평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담길 것이다. 군수로서 인수위가 백서에 담은 생각들을 최대한 수용할 계획이다. 또 백서의 내용은 새로운 양평의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군민들과 공유할 생각이다.
- 바르고 공정한 양평, 행복한 양평의 내용은.
지금까지 양평은 일부 소수에게 기회가 독점되고, 소수의 의견만 받아들여지는 문제가 있었다. 양평공사, 쉬자파크, 종합운동장 등에서 보이는 문제점들이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인사와 승진에서도 소수가 우대받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양평이란 공동체는 발전할 수 없다. 구성원인 군민의 행복지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공정함을 유지할 것이다. 인사도 계약도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다.
내부 감사 기능도 강화할 생각이다. 조직이 자체 정화기능을 상실하면 부패가 싹튼다. 공약한 것처럼 양평에서 관피아란 말이 사라질 것이다.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계약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다. 군수의 사람이 아닌 군민의 공무원이 승진하게 될 것이다.
- 교육의 도시 양평은.
교육을 위해 양평에 왔다가 교육을 위해 양평을 떠나는 게 현실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와의 연계성이 없기 때문이다. 양평의 초등학교들은 혁신학교라는 위상에 걸맞게 우수한 교육환경을 자랑하고 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그렇지 못하다.
앞으로 중고등학교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경기도 교육감과도 긴밀히 협력해 교육시설 개선과 학습환경을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개선하겠다. 양평군의 예산 분배를 재조정해서 교육지원 예산을 늘려가겠다. 또 정부에게 교육지원 예산의 증액을 강력히 요구하겠다.
동시에 현재 양평군이 보유하고 있는 교육기금도 양평이 요구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혁신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학비 일부를 보조하는 차원을 넘어서 관광, 축제, 요리 등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지원할 생각이다.
- 문화예술의 도시 양평의 비전은.
양평이라는 도시에 문화예술은 군민들이 누려야 할 권리이자 양평군의 핵심전략 산업으로 봐야 한다. 문화예술은 공해 없는 최첨단 산업이자, 많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성장산업이다. 또 문화예술이 관광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양평과는 여러모로 어울리는 산업이다. 양평에 젊고 재능있는 예술가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레지던스’를 건립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양평에 정착하고, 양평의 자연과 스토리를 소재로 예술 활동을 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양평에는 아직도 6~70년대 모습을 간직한 건물과 거리가 많다. 발전이 멈춘 낡은 건물과 비좁은 도로는 예술가들의 창의력을 입히면 개성 있고 매력적인 거리로 탈바꿈할 수 있다. 그것이 문화예술의 힘이다.
양평을 문화예술의 강소도시로 만드는 데는 재정적인 지원 못지 않게 예술가들의 창의력을 억압하는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행정은 예술을 지원하는 것이지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문화예술 기구의 운영이나 예산집행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군과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예술가 집단이 정산서류 작성에 질려 다시는 군과는 프로젝트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나친 간섭이나, 통제로는 문화예술을 꽃피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들어간 만큼 투명한 집행과 성과관리는 필요하다. 문화예술가에게 자율성을 주면서도 성과관리가 가능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 군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군민들이 민선 7기 지방정부를 만들어준 건, 지역을 변화시키고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만들어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있으면 누가 양평을 도와주겠는가. 정부에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적극적으로 기업들을 찾아 유치해야 한다. 중앙 정부와 경기도의회, 경기도청도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다만 그러다 보면 지역주민들을 만나 뵐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쉽다. 지역행사에 일일이 찾아뵙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군민들께서 언제라도 군수실을 찾으면 만나 뵙도록 하겠다.
양평=장세원기자
생년월일 : 1960년 6월 13일
학력 : 고려대 정책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경력
△ 前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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