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센터에서는 이미 장착했으니 절대 취소는 안 된다는 것이었고, 카드사에 전화하니 ‘청약철회’니 ‘항변권’이니 알아듣기도 어려운 말만 하더라는 것이었다. 카센터도, 카드사도 해결을 해주지 않으니 거액의 피해를 입게 된 어르신이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소비자상담센터를 찾아온 것이다.
이와 같이 고령소비자가 소비자권리에 대한 정보와 피해 해결절차를 알지 못해 발생하는 소비생활 피해 및 분쟁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는 소위 ‘홍보관(떴다방)상술, 무료체험 전화권유상술, 저가(低價)관광상술, 가스ㆍ보일러 점검 빙자 상술’ 등 오래된 악덕상술에 당한 피해뿐만 아니라, 인터넷통신이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등 고령자들도 많이 접하는 품목과 관련된 고령자의 소비자상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통계를 보면, 2017년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전체 상담건수가 79만5천883건이고, 그 중 60세 이상 소비자상담건이 6만7천330건이었는데, 이 수치는 2016년 고령자 상담건수 3만7천287건에 비해서는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본인의 피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문제는 고령자의 경우, 전화나 인터넷상담보다 대면상담이 필요한데 2017년 대면 소비자상담은 전체의 0.7%(5천395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전화나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든 복지사각지대 저소득층 고령자는 대면상담의 기회도 갖기 어려워 소비생활 피해는 특히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이에 따른 고령자의 소비생활 피해나 분쟁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찰이나 국세청사칭, 자녀 납치, 금융범죄연루 수법 등 보이스피싱 사기수법은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소비환경은 어떠한가? 게다가 인터넷ㆍ모바일을 통한 새로운 거래유형이 등장하는 등 소비환경은 급변하고, 위의 어르신이 당한 것처럼 고령자를 노리는 악의적인 상술은 눈뜨고도 당할 정도다.
이러한 고령자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지방소비자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60세 전후의 퇴직자를 활용한 ‘소비생활 시니어 상담원(가칭)제도’이다. 2020년까지 베이비부머세대 514만명이 정년을 마치고 퇴직한다고 한다.
퇴직자를 대상으로 ‘소비생활 시니어 상담원’을 양성, 주민행복센터에 배치해 고령 소비자의 소비생활 피해를 상담해주고, 피해해결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교육받은 시니어 상담원은 복지사각 고령소비자의 소비생활 상담, 피해해결 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소비자교육까지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령소비자의 대표적인 피해품목인 건강식품의 경우 평균 30만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경기도 고령소비자의 1년 상담건수 약 1만6천800건을 적용해 추산하면, 연 50억 원의 직접적인 피해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간접적인 소요비용(소송비, 통신비, 정신적 피해 등)까지 계산하면 직접적 피해비용의 몇 배에 달하는 비용 절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자리창출 측면에서도, 경기도내 읍면동 주민행복센터에 56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퇴직자 고용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고용노동부에서는 일당 2만 원 정도의 사회공헌사업을, 보건복지부에서는 일당 4만 원의 금연지도원 제도를 운영하는 등 은퇴자를 활용하는 일자리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비교적 젊은 60대의 퇴직자가 70대 이상의 고령소비자의 소비생활 피해를 예방하고, 실제 피해발생시 신속하고 적극적인 피해 해결을 지원함으로써 고령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은퇴자에게는 일자리창출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소비자의 억울한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손철옥 수원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