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국가대표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월드컵이 아니라도 실력 면으로나 화제성으로 보나 이미 세계적인 셀럽이다. 이번 월드컵에선 그의 두 가지 에피소드가 시선을 끈다. 하나는 포르투갈이 조별 리그에서 이란전을 하루 앞둔 밤. 호날두 숙소 주변에서 이란 팬들이 소란스러웠다. 갑자기 창가에 모습을 드러낸 호날두가 두 손을 모아 귀 옆에 가져가며 고개를 옆으로 누이는 포즈를 취했다. 잠잘 수 있게 조용히 해달라는 의미다. 잠시 조용해지자 호날두는 사람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톱 선수가 저렇게 귀여운 포즈로 부탁하는데 축구팬이라면 상대팀 선수라도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또 하나는 16강전 경기를 할 때다. 포르투갈은 2:1로 지고 있는 상황인데, 멀티골을 기록한 우루과이의 카바니 선수가 다리 통증을 호소했다. 호날두는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려는 카바니를 끝까지 부축했다. 내가 미소 지었던 건 호날두가 꽤 ‘스토리를 좀 아는 영리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소통하는 방식을 말하고 싶다. 의식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해도 팬들에게 훈훈한 에피소드를 ‘투척’하며 소통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월드컵이 재미있는 이유는 수많은 스토리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축구선수, 감독, 팬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재미있고 가치 있을 때도 많아 글을 쓸 때 좋은 재료나 소재가 된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감독의 역량이나 리더십, 선수들 사이의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 그라운드 밖의 스토리, 각 나라 팬들이 쏟아내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한 가득이다. 스토리를 대방출하는 한 달이기 때문에 설렌다. 바빠도 틈틈이 영상도 보고 메모도 한다. 어떤 스토리를 글에 어떻게 활용할 지는 그때그때 글의 주제에 달렸지만 이미 ‘스토리를 좀 아는 선수’ 호날두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고 의미 있다.
이야기를 모으자. 이런 세계적인 빅 이벤트에서 쏟아지는 이야기를 버려두긴 아깝다. 사실 이야기를 얻을 수 있는 소재는 주변에 무궁무진하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보았던 뉴스의 미담으로 글을 시작할 수도 있다. 들은 것, 본 것, 읽은 것, 경험한 것에서 글쓰기 소재로 적합한 스토리를 메모하고 기억하자. 삶은 그 모든 것이 이야기 아닌 것이 없다. 너무 많아 메모하든 저장을 하든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할 때 그 주제에 맞는 적절한 이야기를 골라내 제대로 전달하는 글쓰기를 하면 된다. 태생적으로 이야기꾼일 것 같은 작가들도 모든 걸 책에서만 얻지는 않는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이야기의 소재를 꾸준히 수집하고 취재하고 가공한다. 전문 작가들은 더욱 스토리 수집에 부지런하다.
호날두는 팬들이 보내온 편지와 선물을 구단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직접 관리한다고 한다. 역대 축구스타 가운데 팬레터에 가장 많은 답장을 보내는 선수인데, 한 달에 편지 보내는 데 드는 비용으로 400만원 가까이 쓴 적도 있다는 기사도 있다. 그렇게 많이 편지를 쓰는 축구선수의 글은 어떨까 문득 읽어보고 싶어진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아니면 그냥 의례적인 감사인사 뿐일까?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데, 이게 계속 궁금해진다면 아무래도 호날두에게 먼저 편지를 써야 할 것 같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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