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첫날 표정] 출퇴근 시간 변화… 삶의 여유 실감

대기업 사전 시행 빠른 적응… 고정시간 출근 이젠 옛말
유통업계 큰 변화 … 퇴근 시간 앞당겨져 저녁이 있는 삶

▲ 11시부터 영업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첫 월요일인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을 찾은 시민이 변경된 개점시간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매장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면세점이 있는 본점과 강남점을 제외한 전 점에서 개점시간을 10시 30분에서 11시로 변경한다. 연합뉴스
11시부터 영업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첫 월요일인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을 찾은 시민이 변경된 개점시간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매장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면세점이 있는 본점과 강남점을 제외한 전 점에서 개점시간을 10시 30분에서 11시로 변경한다. 연합뉴스
“퇴근 시간이면 강제로 회사 컴퓨터가 꺼져서 일을 더 할 수가 없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첫날인 2일 한 대형 건설사에 다니는 A씨(33)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원래 퇴근 시간 이후에는 안 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면, 대기업 직원 B씨(32)는 “컴퓨터가 오후 5시께 꺼지지만, 과연 컴퓨터가 꺼진다고 해서 일을 안 할 수 있나”라며 “회사가 별도로 노트북을 줄 것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편법’ 근무 걱정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선 현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눈에 띄는 혼란은 없었지만 일과 생활에 여러 변화의 모습이 나타났다. 주요 대기업은 앞서 주 52시간 근무를 미리 시행해왔고, 근무시간을 개인이 유연하게 조절하는 근무시스템을 도입한 곳도 있어 부담이 줄었다는 직원들도 많았다.

 

삼성전자, 현대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은 여타 중견 및 중소기업 대비 준비가 된 만큼 당장 큰 변화가 없다는 반응이다.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전날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동시에 시행해 고정된 출근시간이 없어졌다. 근무시간을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조절할 수 있어 근무시간 관리 부담이 더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도 수년 전부터 ‘오전 8시 출근·오후 5시 퇴근’을 시행해 근무 형태나 방식이 달라진 것이 없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부터 근무시간 등록제 등을 시범 운영해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 직원들에게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출근시간이 늦춰지거나 퇴근시간이 당겨져 삶에 한층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날부터 본점, 강남점을 제외한 전 점포의 개점시간을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췄다. 신세계백화점 직원 C씨(37·여)는 “매일 아침 딸 등교 준비로 전쟁을 치렀는데 아침 출근 시간이 30분 늦춰지면서 예전엔 생각도 못 한 아침밥을 챙겨 먹을 수 있게 됐고 등교 준비도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유통업계 직원들 가운데는 여유로운 아침 시간이나 퇴근 이후를 활용해 운동ㆍ학업 등 자기계발을 시작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백화점을 찾은 한 30대 여성은 “육아를 하고 있어서 수유실이 갖춰진 백화점을 자주 찾는다”며 “매일 오전 10시30분에 맞춰 백화점에 나왔는데, 백화점에 근무하는 직원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각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직원들에게 제도 시행에 따른 세부적인 변화를 설명해야 하고,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근무시스템 조정과 위반 사항 유무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화성시 중견기업 D사의 한 인사담당자는 “PC에 설치하는 근태관리 시스템이 아직 미비해 일부만 실시하고 있어 보안시스템 기록과 수기를 통해서 출퇴근을 체크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족한 인력 충원 해결하는 문제도 남아있어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올해 말까지 6개월 동안 노동시간 단축 계도 기간이 설정된 만큼 당장 강도 높은 감독을 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사용자의 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감시와 지도를 요구할 계획이다.

 

구예리ㆍ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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