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사랑의 양면성, 새로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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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자살을 한 두 사람은 셰익스피어의 불행한 연인인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그들은 연인이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의 목숨을 끝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실연과 고독에 빠진 베르테르가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공감한 젊은 세대들은 모방자살(동조자살)을 통해 목숨을 끊었고, 베르테르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 불행한 죽음과 시도는 모두 ‘사랑의 상실, 즉 사랑의 양면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그 핵심 원인이다. 즉 신변비관, 절망감, 희망상실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사랑은 다른 사람과 깊은 애정을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심리적 능력을 뜻한다. 사랑은 배우자 선택과 결혼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인생 최대의 선택은 배우자 선택이며, 그러한 선택에는 사랑의 힘을 기초로 한다. 선택에는 항상 책임감이 존재한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원하며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랑의 양면성으로 인해 사랑에는 항상 위험부담이 따른다. 사랑으로 인해 극도의 행복감을 맛보기도 하지만 극심한 괴로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것이 사랑의 양면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려고 한다.

 

<실낙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는 “목숨을 건 사랑은 그것이 불륜이라도 아름답다. 사랑은 인간의 영원한 테마로 어떠한 형식을 띠더라도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며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그 무엇이다”라고 했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은 “누구를 사랑한다 함은 그 사람 속에 있는 선과 미의 진수를 알아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회심리학자이며 철학자인 프롬은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고독한 존재이며, 그 고독감과 공허감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은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존재적 사랑과 결핍된 사랑을 제시했다. 존재적 사랑은 이기적이지 않고 자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욕구와 행복에 관심을 두는 사랑을 뜻한다. 반면, 결핍된 사랑은 이기적 사랑으로 자신의 계산된 욕구와 흥미를 만족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파트너의 한 사람, 또는 둘 모두가 결핍된 사랑에 관심을 두었을 때 그 관계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랑의 상실과 함께 쓰라린 고통과 마음의 상처가 남게 된다.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이 필요하다. 사랑을 계속 유지하지 못하면 결국 사랑의 종말이 온다. 흔히 사랑은 타오르는 불과 같이 시작하고 영원을 약속하지만 많은 사랑들이 애초의 기대나 희망을 달성하지 못하고 불행으로 끝나고 만다. 사랑의 기술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기술, 핵심요인은 소유냐, 존재냐의 문제다. 소유적 사랑은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하려고 집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사랑은 눈물이 되고, 미움이 되고, 원수가 되어 돌아온다. 집착할수록 남는 것은 고통과 불행뿐이다. 왜냐면 사랑은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양면성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그것은 존재적 사랑에 달려 있다.

존재적 사랑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나와 다른 상대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 둘째,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는 것, 셋째, 나를 내려놓기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이다.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 싫다 좋다’에 사로잡히면 소유적 사랑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랑의 새로운 발견은 존재적 사랑에 있다.

 

김청송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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