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고] 호국보훈의 달과 맞춤형 복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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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항상 6월이 되면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하여 글짓기, 포스터 그리기, 표어 쓰기를 하거나 6·25 전쟁 관련 영화를 감상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현충일이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충성과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하여 정한 날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 알았지, 호국영령이나 순국선열과 호국보훈의 개념이 마음속에 와닿지는 않았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국가보훈처에 발령을 받아 일을 하면서야 비로소 호국영령과 순국선열 그리고 호국보훈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업무를 시작하고 약 1년간 보철용차량 업무를 했었다. 이 업무는 상이를 입은 국가유공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그들이 타는 자가용에 주차장 이용편의,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LPG 할인을 지원해주는 것인데, 업무 특성상 일하면서 본 대부분의 국가유공자들은 국가유공상이자와 고엽제후유의증환자들이었다. 

하루에 평균 스무 분 정도 방문해서 업무를 보고 가셨는데,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우리 주변에 나라와 국민을 위해 힘쓰다 다치신 분들이 이렇게나 많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또한, 친가와 외가의 할아버지 모두 참전유공자이신 탓에 국가유공자 하면 6·25 전쟁에 참전한 유공자, 그리고 월남전 참전 유공자만 있는 줄 알았지 공무를 수행하다 다치거나 순직한 군인이나 경찰 등도 유공자의 범주에 들어가는 줄 몰랐다.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은 멀리 있지 않았던 것이다.

 

보철용차량 업무 이후 노후복지사업 업무를 하고 있다. 이 업무는 65세 이상 고령인 보훈대상자들의 안락하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즉,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노후를 만족스럽게 보장해드리는 것이 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노후복지사업의 일례로 경기동부보훈지청에서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보훈대상자들에게 이·미용 서비스, 생필품, 위문품 등을 지원해드리고 있다.

똑같은 물품을 지원해드려도 어떤 보훈대상자는 필요한 물품을 잘 받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시고, 또 다른 보훈대상자는 불만을 토로하신다. 호국보훈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보호하고 지킨 공훈에 보답한다는 것이다. 공훈에 보답하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각 보훈대상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피드백을 통해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맞춤형 복지지원이 바로 공훈에 보답하는, 보훈의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전 협정 후 60여 년이 지난 지금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더 많은 탓에 호국보훈의 달의 의미를 기억하는 일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 덕분에 현재의 평화 속에서 살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6월 한 달 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 호국영령을 기리고 더 나아가 지금도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고 있는 경찰, 군인 등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내 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보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겠다.

 

김지수 경기동부보훈지청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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