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간호조무사 차별 해소 및 처우 개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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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은 ‘간호사’나 ‘의사’를 이야기하지만 큰 병원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호조무사’를 만나게 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1차 의료기관 간호 업무 종사자 수 중 83%는 간호조무사라고 한다. 이러한 통계에는 열악했던 과거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현실의 아픔이란 이야기가 담겨있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지방 농어촌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건지소를 설립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의료 인력과 간호 인력이었다. 간호조무사는 당시 간호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보건의료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모자보건, 결핵퇴치사업, 가족계획사업, 그리고 기타 예방접종 사업의 최일선에서 활약하기도 했고, 4천여 명의 인원이 파독되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임금을 담보로 조국이 경제발전 차관을 얻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한 간호조무사라는 직종이 탄생된 지 50여 년이 흐른 지금,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자는 70만 명에 육박했다. 보건 의료 서비스는 발전했지만 여전히 만성적인 간호 인력 부족은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2017년 개정된 의료법 시행에 따라 간호조무사는 자격신고제를 하여 양성단계에서부터 질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과제는 여전히 산적한 편이다. 간호조무사는 현재 농어촌을 비롯한 지방에서 사실상의 간호업무를 담당하며, 간호 서비스 공백을 메우고 있음에도 재가장기요양시설 시설장 자격 및 지방직 공무원 채용, 일반병동의 간호인력 기준, 각종 교육 기회 제공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먼저 우리 경기도의회에서는 이미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재가장기요양시설 시설장 자격에서 간호조무사가 배제되어 있는 현행 법률의 차별성을 인정하여 차별해소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경기도 내의 많은 간호조무사가 장기요양시설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경력을 쌓아도 그만큼의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는 점을 도의회는 차별로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간호조무사는 지역 보건 의료 서비스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내몰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방 중소 병원의 경우 간호 인력이 부족하여 정원 기준에 없는 간호조무사를 채용하여 사실상의 간호업무를 전담하게 하는 것이 현 실태인 것이다.

 

지난 밀양 세종병원 참사에서도 보듯 법정 간호인력이 아니었음에도 간호 업무를 수행하던 간호조무사가 희생된 전례가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간호조무사의 처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임금 및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활동 간호조무사의 47%에 해당하는 인력이 최저임금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번 개헌안을 발의하며, ‘지방자치단체’보다 ‘지방정부’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바로 지방분권의 이념인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탄생할 민선 지방정부는 과거보다 폭 넓은 도내 행정을 통해 차별을 해소하고, 좀 더 수준 높은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할 것이다. 앞서 언급된 간호조무사에게 엄혹했던 차별적 제도 해소 및 처우개선 그리고 간호조무사 활용 증대를 통한 경기도 간호인력 수급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김길순 경기도간호조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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