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치킨 시키면 치킨만 오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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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말 저녁, 오랜만에 치킨을 시켰다. 주말이어서 그랬는지 치킨은 주문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고, 들뜬 마음으로 치킨 포장을 풀었다. 종이 상자의 중앙에 치킨이 담겨 있고, 사이드 메뉴와 몇몇 소스가 함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구성이었다. 그런데 치킨 상자의 윗부분에 평소에 못 보던 낯선 물건이 붙어 있었다.

 

그것을 떼서 뭔가 하고 보니 “00치킨 울트라황사마스크”라고 쓰여 있었다. 세상에 치킨을 시켰는데 황사마스크를 함께 보내다니! 음료수나 쿠폰을 치킨과 함께 보내는 경우는 봤어도, 황사마스크는 의외였다.

 

치킨 상자에 당당하게 붙어 있는 황사마스크를 보며 새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버렸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제 우리는 편하게 숨 쉴 수 없게 되었다. 아침마다 미세먼지 어플을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는 행동을 결정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야외 일정들이 취소되고, 실내에서도 공기청정기가 24시간 가동된다. 수시로 공기질 정보가 핸드폰으로 전달된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깨끗한 공기를 마셔 보려는 우리의 몸부림은 이제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이러한 우리의 풍경을 새삼스럽게 적은 것은 우리 인류가 아무리 뛰어난 존재라고 으스대도 결국 자연의 변화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신이 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숨을 쉬어야 하고, 물을 마셔야 하며,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모두 자연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그 자연을 하나둘씩 무너뜨리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은 이 단순한 사실에 대해 안타깝게도 그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사실 치킨을 시키면 마스크가 함께 오게 된 지금의 상태는 한, 두 사람의 노력이나 행동의 변화로 바뀌지 않는다. 특히 지구 전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지구의 모든 국가들이 발전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켜야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하지만 언어와 문화, 역사, 경제 수준이 다른 수백 개 국가들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이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만간 우리의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공동의 책임과 행동으로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세먼지, 기후변화, 미세플라스틱 등 여러 환경 문제들은 지금까지 우리 인류가 직면했던 그 어떤 문제보다도 광범위하고 복잡하며 해결을 위해서는 전 지구적 규모의 노력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이러한 공동의 인식을 갖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본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은 이런 인식 확산의 최전선에 위치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고, 수도권에는 두드림과 같은 교육 기관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과 함께 집에서 가까운 환경교육 기관에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서 우리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행동들이 생각보다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이 하나, 둘 모이면 치킨을 시키면 치킨만 오는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우리에게 다시 주어질 것이다.

 

조성화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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