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임금 상승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개별 근로자 중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때문에 실직한 사람도 있다. 한 집 식구 중에서 실직자가 생기면 그 집의 전체 소득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후 영세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데리고 있던 직원을 내보내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하위계층의 가구소득을 줄이고 고용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았거나 정책의도와 상반되는 결과는 언제나 나올 수 있다.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도 마찬가지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용을 늘리겠다는 정책의도는 좋다. 하지만 시행이 임박한 지금 제조업의 생산현장이나 버스업계, IT업계는 물론 대기업의 운전기사들도 고용 불안이나 임금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산업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는 최근 37개 공사 현장의 원가계산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공사비 상승효과를 분석해 보았다. 근로자의 기존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할 경우 직접노무비는 평균 8.9%, 간접노무비는 평균 12.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에 따라 총공사비는 평균 4.3%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이 같은 공사비 상승분의 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근로자의 임금 삭감이 이루어질 소지가 크다. 또한 해외 현장의 경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날씨나 계절적 영향으로 건설 현장은 탄력근무제가 불가피하는 사정도 있다. 그래서 건설업계는 이 같은 업종 특성을 반영하여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건 주 52시간 근무제건 도입 시점에서는 좋은 정책의도를 강조하는 경향이 크다. 시행해 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논거로 반대한들 방향을 틀기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은 시행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부정적 결과가 다수 발생한다. 이때 어떤 일이 있어도 시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정책을 밀어 부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을 수립하여 당초의 정책의도를 구현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컨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방침은 파급효과를 감안하여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올해부터 3년내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겠다는 것도 너무 성급하다. 주당 기준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4시간 단축하기로 한 정책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7년간에 걸쳐서 추진했다.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무려 16시간이나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정책도 시행 초기의 문제점을 보완해 가면서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을 비롯하여 업종별 특성에 따른 폭넓은 예외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처럼 예외를 인정해 주는 것을 개혁의 후퇴라고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좋은 정책의도를 폄하하는 것도 아니고, 개혁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치유하고 현실을 반영하여 주 52시간 근무제를 조기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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