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 표어가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 였다. 불교가 추구하는 가르침을 한 구절로 요약하면 지혜와 자비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는 불교 가르침의 핵심인 연기(緣起)를 깨닫는 것을 말한다. 연기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생기고, 이것이 없어지므로 저것이 없어진다’는 말로 모든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보통 쓰는 쉬운 말로 하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로 설명 가능하다. 팥을 생산하려면 팥이라는 씨앗을 뿌려야 한다. 콩을 심어서는 팥이 나지 않는다. 씨앗을 심고 가만두면 자라지 않는다.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으려면 흙과 물 공기 바람 햇볕 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름을 주고 잘 가꿔야 한다. 그래서 팥 씨앗을 심어서 열심히 가꾸면 팥이 난다는 것이 연기다. 이처럼 세상은 어떤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 생기고 그 조건이 다하면 사라지는 이치를 배워 아는 것이 지혜다. 사람의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다거나 사람이 아닌 절대적인 힘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등은 불교의 지혜와 거리가 멀다.
그런데 이 지혜는 불교 책 몇 권 읽고 경전을 연마한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참선해서 ‘깨우쳐’ 아는 것도 아니다. 수행을 해야 한다. 수행은 지혜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마음의 다짐을 굳게 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 실천이 자비다. 발고여락(拔苦與樂), 번뇌에서 벗어나 행복을 누리는 것을 자비라고 한다. 자비를 행하려면 우선 마음속으로 몇 가지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를 사무량심(四無量心), 네 가지 한랑 없는 마음이라고 하는데, 배려하는 마음인 자(慈), 고통과 아픔을 덜어주려는 비(悲), 다른 사람에게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는 희(喜),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여기는 사(捨)가 그것이다. 이러한 네 가지 마음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을 사섭법(四攝法)이라고 한다. 돈 음식 같은 물질이나 좋은 가르침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보시,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애어(愛語), 상대를 이롭게 하는 이행(利行),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누리려는 동사(同事)를 말한다.
그런데 자비는 쉽게 마음에서 생기지도 실천에 옮기지도 못한다. 하나하나 살펴보더라도 실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내 자식은 좋은 대학을 못 가서 속이 상한데 제 자식 좋은 대학 보낸 친구의 기쁨을 내 일처럼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비를 행하라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라고 함부로 권할 수 없다. 그런데 자비를 행하면 다름 아닌 내가 행복해진다. 남의 자식 잘된 꼴을 시샘하고 그렇지 못한 내 자식 원망한들 내 마음만 무겁고 불편할 뿐이다. 상황은 바뀌지 않는데 나 혼자 화나고 짜증 내봐야 내 몸과 마음만 상할 뿐이다. 그럴 바에야 나도 ‘쿨 하게’ 박수치고 좋아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과 몸에도 좋다. 그래서 자비는 상대방이 아니라 나를 위한, 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보약인 셈이다.
그렇다 해도 쉽게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복지관 등에 가서 봉사하거나, 구호단체 등에 월정액을 기부하거나, 장기기증을 실천하는 등 자꾸 몸을 움직여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행동이 쌓이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지혜와 자비, 불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금과옥조로 여기고 실천해야 할 삶의 목표다.
일면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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