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택지역과 한미관계 발전의 계기가 되길

1.jpg
얼마 전 평택기지에서 근무하는 미군 지인 여러 명과 식사모임을 한 적이 있다. 식사모임의 장소로 평택시내의 어느 한식집으로 장소를 잡았다. 이때 알게 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주한미군의 핵심 터전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평택기지의 미군과 그 가족들이 먹을 곳과 쉴 곳을 찾아 가까운 평택이 아닌 멀리 서울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평택지역에 대한 잠재적 관광객이자 한편으로는 고정적 소비자인 주한미군과 가족들, 그리고 이들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오는 가족친지들이 가깝고 편리한 평택지역을 제쳐놓고 이동에 따른 시간과 교통 혼잡 등의 여러 가지 불편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생각할게 많았다. 그들이 왜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구태여 서울로 올라갈까? 에 대한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선, 평택기지 인근에 가족단위로 가서 먹을 만한 식당이나 놀이 장소, 그리고 볼거리나 흥미를 가지고 즐길만한 거리가 없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곳이 있는지를 찾을 수 있는 정보마당도 마땅히 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용산, 오산, 평택, 광주 그리고 대구가 비교적 규모가 큰 주한미군 기지이다. 

용산기지는 곧 폐쇄될 것이며 오산과 광주기지는 공군기지로서 가족을 동반해서 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구는 육군기지이지만 이곳 역시 가족이 많지 않다. 오로지 평택기지만이 가족을 동반해서 근무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초중고교와 병원 그리고 관사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와 상가번영회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지역경제 발전과 활성화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평택기지의 미군 관계 당국과 접촉하여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군들에게 평택기지 근무와 방문에 대한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평택의 주요 시설과 문화유적지, 미군들이 좋아할 만한 먹거리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나아가 시내버스 안내방송에 영어방송도 병행해주고 지하철역이나 기차역까지 연계되도록 운행하면 비록 당분간은 서울로 이동 수요가 많이 있더라도 그 중간중간에 소비 수요가 분명히 생길 것으로 본다. 일단 그들의 발길을 기지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첫 단추인데 막상 나오려니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이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요인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역번영회에서는 미군들보다는 그들의 가족을 초점으로 하여 소비유도 계획을 발전시켜야 한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미군을 대상으로 보든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보든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당히 다른 면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군 위주라면 일종의 유흥시장 위주로 발전하기 십상이고 그렇게 되면 미군 가족들을 동반하는 것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가 있다. 미군들은 가족을 동반해서 근무지로 이동 가능한 직위가 있어도 가족들을 동반할지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숙소나 거주지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군들은 기지 내에서의 영내생활이 기본이지만 영외생활 또한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기지 인근지역을 상가번영회와 평택시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개발하면 차츰 미군 가족들을 더 많이 동반해 오게 될 것이고, 또한 입소문을 통해 더 많은 가족단위 주둔이 이루어지면 단순히 외국에 파견된 미군 부대의 기지문화가 아닌 미군과 그 가족들의 새로운 생활문화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군과 가족들은 마침내 평택지역의 상주 관광객이 될 것이고, 미국민의 일부인 그들에게는 평택근무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곧 평택과 미군 모두에게 win-win이 되는 것이다. 올해 말쯤이면 평택으로의 부대이전이 완료된다. 지금부터 평택지역 발전과 한미관계 발전의 두 목표가 달성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전인범 前 특전사령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