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천문학적 공증독점 수수료수익, 민생재원으로 환원하라

[인문산책] 이경선 법학박사(파주 법흥리)

▲ 이경선 법학박사
▲ 이경선 법학박사
‘공증인법’에 의해 제공되는 공증서비스는 현재 400여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알토란같은 고수익으로 독점되고 있다. 공증제도는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공공 서비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 법조인에 의해 마치 권위적 사법행정의 하나로, 공급자 중심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공증사무소를 이용해본 대다수의 시민이라면 절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공증사무소에서 정작 변호사의 얼굴은 만나볼 수조차 없고, 직원 또한 매우 관성적이고 사무적이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상전에게 인허가를 받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한다. 이용 수수료 또한 결코 저렴하지 않다. 

물론 공증사무소에서 반드시 변호사를 만나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변에 아는 공증 변호사들 일부가 ‘잔디밭 공놀이’와 ‘해외 연수’에 공사다망하심을 볼 때마다, 이것은 무엇인가 크게 잘못된 전근대적 제도라는 의구심을 버리기 어렵다. 공증 수수료로 일 년에 몇억밖에 못 번다는 너스레라도 들을라치면, 몇만 원이 없어 자살로 내몰리고 있는 서민들의 삶이 떠오른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통탄스럽기까지 하다.

공증제도는 공증을 한 쌍방 간에 갈등과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계약액이나 손해 리스크를 보장해주는 보험제도가 아니다. 사법절차적 비용 절약을 고려하고 상호 합의가 있었다는 증명과 공정력을 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지불하는 수수료 산정 방식 또한 보험처럼 비례하여 증가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공증 서비스 수준을 은행이나 기업 AS센터 수준까지는 아닐지라도 민주적으로 소비자, 이용자 중심의 분위기로 바꾸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천억 원 혹은 몇조 원의 수수료 수익을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보조에 쓰게 하거나, 창업 지원, 사회 복지, 사회적 경제 활성화, 육아출산 지원 재원 등으로 활용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국립공증원이 세워진다면 이는 법무부 소관 기구로, 국립공증원 수익금관리위는 기재부 소관으로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공증인법을 다시 한 번 전부 개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국립공증원의 설립 근거를 두고, 지방치단체가 지방법원과 협업하거나 중앙정부의 위임을 받아 공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등기소처럼 아예 법원 휘하에 둘 수도 있겠다. 기존에 이미 임명되고 지정된 공증인들의 영업권은 단계적 병행적으로 인정하되, 국립공증원은 공증서비스 실무담당자로서 낡은 사고에 갇혀 있지 않고 친절하며 열정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을 적극 임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변호사의 공증서비스 독점제공권을 폐지하는 대신, 변호사와 법무사, 그리고 세무사, 노무사, 중개사 등에게도 공증업무 대행권을 부여하여 대행수수료의 자율경쟁과 친절화를 촉진하는 것도 검토해 봄 직하다. 공증서비스의 국가사무 내지 지방사무로의 환원과 수익의 공익 재원화 논의 앞에 직역이기주의는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법무부는 공증 제도의 개선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증을 활성화한다면서 정작 전자공증 시스템을 개별 변호사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전자민원, 전자정부, 전자소송, 인터넷은행 등이 구현 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왜 전자공증만은 개별 공증인을 통해서만 이용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공증 이용 건수가 한 해 470만 건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라 해서, 법치주의가 변호사 나라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가 정의와 실체적 진실에 관한 문제를 ‘영업’으로서 ‘취급’하는 법률서비스인인 이상, 영업인적 이해관계가 도덕성과 등치될 수 없다. 법을 다루기에 모든 변호사는 정의롭다고 강변하는 것이야말로 법률학이 가장 엄중하게 배척해야 할 ‘논리 비약’이다. 진정한 지식인이자 지성인이라면 전문직역 사회도 한없이 겸손해져야 한다.

남북정상회담과 4차 산업혁명과, 지방자치분권과 헌법 개정과 적폐청산 논의로 온 세상이 거대한 변화기를 맡고 있다. 법조 그룹은 현재에도 유무형의 수많은 사회적 우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5세에 이를 때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정화 해 놓고서는 한 해 수 천, 수억, 수 십억의 경제적 물질적 풍요를 몰아주는 것이 과연 공정한 사회 시스템이며, 노력과 역량으로 보상받는 자수성가 사회를 지향하는 것인가, 우리 사회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회적으로든 과도하게 우대되거나 경제적 특권을 보장받는 특수계급의 창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나의 제도가 지나치게 많은 부(富)를 특정 직업군에게 귀속시키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정부는 국가채무 위기와 재정 건전성 및 복지재정 충당을 걱정하며 각종 증세와 준조세 인상, 가산금 인상, 과태료와 범칙금 징수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가재정으로 환원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사회 각종의 제도적 이익, 반사적 이익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공증 제도의 연간 이용률과 수수료 수익으로부터 확보될 수 있는 사회 공익재원의 규모가 결코 적지 않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처럼 운용을 통해 기금 확대도 가능하다.

사회 거의 모든 영역에서 103만에 달하는 공무원을 고용하고, 공공서비스 사각지대에 수천 곳에 달하는 공공형 기관과 산하 단체를 두어 거대한 몸집의 적극 행정국가를 표방하고 있으면서, 정작 진즉에 국가사무나 지방사무 내지 사법사무로 환원했어야 할 공증 기능만은 사인인 소수의 공증인들만이 독점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공증 서비스를 국가사무, 지방사무 혹은 사법사무로 전환하고, 그 수익 또한 사회적 신뢰 구축 비용으로 쓰거나, 이 각박한 나라 안에서 살아가는 힘겨운 서민들의 복지를 위해 돌려주어야 한다. 공증제도에 대한 혁신적인 논의가 점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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