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참된 의미의 전통시장 현대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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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달려가며 ‘과연 어떻게 해야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만 수십 일이다.

 

재래시장이라는 이름에서 ‘지저분한 곳’, ‘오래된 곳’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진다고 해서 ‘전통시장’으로 명칭을 바꾼 지가 어느덧 수십 년. 과연 명칭을 바꾼다고 전통시장이 발전하고 달라졌는지 확답을 내리기 어렵다. 어느덧 꽤 많은 시장이 시설 현대화가 이뤄졌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현대적인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시설현대화만이 재래시장이 아닌 전통시장으로 가는 길인지에 대한 물음표가 여전히 머릿속을 휘젓는다. 그렇다. 전통시장의 시설현대화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똑같이 획일적인 모양으로 변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시장의 특성을 살리지 않는 획일적인 시설현대화는 오히려 시장을 죽이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시장만의 독특한 특성화 사업은 꼭 필요하다.

 

영국의 재래시장인 버러마켓의 상인들은 “전통시장은 사람들과 만나는 경험을 살 수 있는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통시장에 막대한 자본을 들여 시설을 현대화한다 해도 기업형의 자본력까지 갖춘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시장의 살길로서 진정한 현대화는 개성 살리기로부터 시작된다. 

개성 살리기의 일환으로 시장마다 색깔이 깃든 행사를 주최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하지만 ‘대문화공연’과 ‘소문화공연’으로 나뉜 도 예산 중 대문화공연은 올해부터 사라졌으며 소문화공연은 연 1억 6천만 원가량 책정됐지만 예년에 비해선 여러모로 부족한 느낌이 든다. 현실적으로 유통업체들에 비해 시설은 한계가 있지만 시장별로 다양한 콘셉트를 구축한다면 도민들이 유통업체에선 볼 수 없는 전통시장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기도시장상인연합회에 가입한 전통시장은 무려 96개다. 연합회에 가입하지 않은 전통시장까지 합치면 그 수는 15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2012년 경기도시장상인연합회장에 첫 취임했을 당시 40여 개 남짓했던 시장 수와 비교하면 비약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기구ㆍ단체ㆍ재력가들은 연합회를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에 자리 잡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그리고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7만여 명의 상인들을 대표해 그들의 삶과 애환, 권리 증진을 위해 경기도시장상인연합회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아울러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상인 출신 도의원 비례대표가 배정돼 상인들의 삶과 애환을 전달할 수 있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히 시장 상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소비자들을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유통업체가 일방적으로 출점하고 과열경쟁을 하면 처음에는 가격이 내려가는 듯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주변 건물 임대료 인상, 독점·과점업체 출현 등으로 결국에는 다시 가격의 인상을 불러올 것이다. 결국,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상인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적ㆍ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까닭이다.

 

올해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경기도시장상인연합회는 시장 상인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반영되도록 두 배 더 뛰겠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을 지자체와 정치인들이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지원과 관심을 갖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전통시장의 현대화 방안은 외적으로는 시장의 개성을 살리고, 내적으로는 이들이 가진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아무쪼록 올 한해는 시장 상인들이 지난해보다 더 많이 목소리를 내고,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더욱 깊게 울려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봉필규 경기도시장상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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