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 위한 소방,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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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 소방은 화재진압 영역을 넘어 구조와 구급업무까지 그 영역을 넓히며 성장해 왔다. 소방에 보내준 국민의 높은 신뢰와 지지는 소방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었고, ‘나는 대한민국의 소방관이다’라는 말은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갖게 했다.

 

때로는 동료를 잃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지만 숙명이라 생각했고, 국민이 원하는 일이라면 가장 빠르게 출동해 제일 마지막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업무를 수행해 왔다.

 

얼마 전 한 교수님께서 “만약 세월호 사건에 소방관이 투입됐다면 소방관 순직사고가 났을 것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소방관들은 침몰하는 세월호에 뛰어들었을 테고 그리고 가장 늦게 나오려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노력했던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라 그것은 소방에 대한 신뢰를 극명하게 나타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충청남도 아산에서 동물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 1명과 실습을 하던 교육생 2명이 전방 확인을 소홀이해 추돌사고를 낸 트럭 운전사로 인해 순직했다. 이 사고는 소방의 소명이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소방관은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수한 실력과 높은 체력을 기준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임용 후에도 지속적으로 교육과 훈련을 그 어느 공무원보다 많이 반복하고 있다. 매일 벌어지는 전투 같은 현장은 연습 없는 실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민들의 소방에 대한 요구는 소방이 해야 하는 일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신고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해서 소방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겠지만 그로 인해 정말 목숨이 위험한 다른 사람이 소방의 도움을 못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전국 구조출동건수가 80만5천194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생활안전출동건수는 42만3천55건으로 52.5%에 달했다. 생활안전 출동은 벌집제거가 15만8천588건(37.4%)로 가장 많았고 동물포획12만5천423건(29.8%), 잠금장치 개방이 7만194건(16.5%)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는 지난 2013년 28만39건에서 5년 사이 50% 가량 급증한 것으로 생활안전출동이 단기간에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벌집제거 중 생활공간에 있는 말벌의 경우에는 매우 위험할 수 있고 위협을 되는 동물도 당연히 소방에서 출동을 해야하며 고립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잠금장치를 개방해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벌이 몇 마리 나타난 경우나 위협이 되지 않는 야생동물의 처리를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열쇠업자가 소방 때문에 문을 닫는다고 언론에 보도될 지경이 됐다.

 

이제는 사람에게 크게 위협이 되지 않고, 긴급을 요하지 않는 유기견이나 유기묘의 단순 포획이나 동물사체의 처리는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서 처리를 하도록 하고 있으니 급하지 않은 생활민원은 119가 아니라 110으로 분리해서 신고하면 된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생활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은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소중한 자산이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소방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발휘되길 희망한다.

 

김승남 道재난안전본부 재난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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