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은 ‘세계 혈우인의 날(World Hemophilia Day)’이다. 혈우병과 선천성 출혈 질환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1989년 세계혈우연맹(World Federation of Hemophilia : WFH)에서 제정했다.
약 1만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최근에는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혈우병이 어떤 질병이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혈우병은 X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선천성, 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의 응고인자(피를 굳게 하는 물질)가 부족해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을 말한다. 혈우병 환자들은 작은 상처에도 쉽게 피가나고 멈추지 않는다.
부족한 응고인자의 종류에 따라 혈우병 A와 혈우병 B, 혈우병 C 세 종류로 나뉜다. 혈우병 A가 전체의 80%를, 혈우병 B가 나머지 20%를 차지한다. 혈우병 C는 매우 드물에 나타난다.
혈우병 A는 혈장 내 제8번 응고인자가 부족해 생긴다. 흔히 알려진 고전적 혈우병이 바로 혈우병 A를 지칭하는 것이다. 혈우병 B제9번 응고인자가 부족하게 돼 발생한다. 크리스마스 병이라고도 불리는데, 스티븐 크리스마스(Stephen Christmas)라는 5살 난 아이에게서 처음 발견돼 붙여진 병명이다.
한국혈우재단에 따르면 국내에는 2016년 기준 2천354명의 혈우병 환자들이 있다. 이는 2010년보다 300여명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환경 변화와 유전적 돌연변이로 혈우병 환자가 증가추세에 있다고 진단한다.
혈우병 A와 혈우병 B는 서로 다른 이상에 의해서 발생하지만 증상은 동일하다. 두 질환 모두 응고인자의 부족 정도에 따라 증상의 심각한 정도가 결정된다. 응고인자가 정상의 1% 미만인 경우에는 중증 증상이 나타나며, 1~5%인 경우에는 중등도, 6~30% 이상인 경우에는 경도의 증상이 나타난다. 중등도, 또는 중증 혈우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관절 내 출혈, 연부조직 출혈, 근육 내 출혈 등 심부 조직의 출혈을 들 수 있다. 출혈은 가벼운 상처를 입은 후에 나타날 수 있으나 저절로 발생하기도 한다.
반복적인 출혈이 발생하면 관절의 형태적, 기능적 이상이 점차 심해지고, 근육을 비롯한 심부 조직의 출혈로 인해 주변의 혈관 및 신경을 누르는 구획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구인두강, 중추신경계 및 후복강 내에 출혈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으며 즉각적인 치료를 요한다. 기타 위장관, 비뇨기계 등의 점막에 출혈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발치 등의 가벼운 시술 후에 지속적인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비해 경도 혈우병은 대부분 외상에 의해 이차적으로 출혈이 발생하고 출혈의 빈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혈우병은 응고인자를 농축해서 환자에게 투여하면 치료할 수 있다. 혈우병 A 환자에게는 제8번 응고인자의 농축제를, 혈우병 B 환자에게는제9번 응고인자의 농축제를 투여해 주는 것으로 증상을 해소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단일클론항체 기술이라는, 유전공학을 이용한 혈액응고인자 농축제 생산 방법이 개발되어 혈우병 치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관계자는 “혈우병은 대표적인 출혈질환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질병”이라면서 “우리나라에도 상당수의 환자들이 있고, 현재 한국혈우재단에서 환자들을 위한 지원사업과 교육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완치를 위한 유전차 치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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