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 워라밸보다 생존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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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 자신만을 위해 산다)라는 시대적 유행어에 뒤이어 ‘워라밸’이란 유행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유행어다. 이 시대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칼퇴근을 희망하고, 가족과 주위의 친구, 지인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을 것이므로 이 유행어는 더욱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한편, 최근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 실업률을 낮추고자 추진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상공인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근로환경의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 전국 자동차·부품만매업, 도매·상품중개업, 소매업, 음식점업 등 4개 업종의 5인 미만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소상인 일과 삶의 균형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은 한 달 평균 3일을 쉬고, 취침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0.9시간, 개인생활에 1.4시간을 소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소상인들의 ‘워라밸’ 점수는 100점 만점에 41.8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을 근로자와 비교한다는 것이 문제는 있으나 어찌 됐건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의 워라밸 점수는 높아지겠지만 소상공인은 인력을 감축하고 본인이 생산이나 영업에 참여하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기에 워라밸 점수는 더욱 악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근로환경 격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정보력·재정적 여건이 월등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 이미 정시 출근, 6시 이전 퇴근은 물론 야근 금지, 휴식시간 준수 등을 시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나,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상승 효과로 근로자에게 더 나은 근로환경 제공 여력이 없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근로환경 양극화는 심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북핵위기와 미국의 통상압력 등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인천지역 GM협력업체 등 중소기업과 그 근로자, 그리고 주변 소상공인들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결정 여파로 미래의 살길 걱정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삶의 질 향상은 고사하고 생계마저 흔들리고 있어, 그들에게 있어 워라밸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과 같은 상황이다.

 

대기업 근로자 등 일부 특정계층이 아닌 우리 사회 경제주체 모두가 함께 조화로운 일과 삶, 워라밸 시대를 맞이하였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분석하여 모두가 행복한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해 본다.

황현배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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