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산책] 이경선 법학박사(파주 법흥리)
최근 파주 지역에 대한 발전상들이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다. 공직청렴·현장행정·사회안전·공정인사·기반시설확충 등 그 의제들도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는 어느 지역에서나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기초적인 것들이다. 파주의 미래상을 ‘통일의 도시’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파주가 남북통일시대에 주목을 받는 ‘길목’이라는 데에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파주시민이 행복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이 되면 개성도, 연천도, 철원도, 양주도, 김포도, 평양도, 고성과 춘천도 모두 통일의 도시가 되는 것이다.
‘도농복합도시’, ‘산업경제도시’라는 미래상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도시의 일면을 설명하는 ‘특징’일 수는 있으나 추구해야 할 ‘미래상’은 아니다. 이것이 삭막한 대도시와 산업도시들을 따라가는 짝퉁 화는 아닌지, 토건주의와 막개발의 답습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살고 있는 시민이든, 이주해 올 시민이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안분지족하고 살아갈 수 있는 궁극적인 매력을 품은 도시 象을 고민해야 한다.
섬 전체가 건축 박물관이 돼가고 있는 제주도를 본다. 섬 전체가 미술관으로 꾸며지고 있는 고흥 연흥도를 본다. 자연과 어우러지면서도 고유의 특색과 매력을 품은 작품으로 개조되고 있는 일본의 작은 마을들을 본다. 그리고 동경해 마지않는 북유럽의 소도시들을 본다. 고유의 매력을 발산시키면서도 거주민들의 행복감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둔 선진국의 도시재생·마을재생·시골재생 사례들을 본다.
바라건대, 파주는 건축미학의 이상향이 실현되는 도시, 이른바 ‘아키토피아 시티’로 구축되어야 한다. ‘마당이 있는 집’을 꿈꾸는 대중의 인식 변화에 발맞춰 아주 감각 있는 주거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시민사회의 대타협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경관서정화사업’, ‘마을감성화사업’이 집중 전개돼야 한다. 구도심인 문산과 금촌 재생뿐만 아니라, 운정·교하 신도시 타입은 잘 관리해 가되, 그 외 파주 중북부 전역은 시골재생·마을재생의 관점에서 변화시켜야 한다.
파주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묘지들을 인문생태학적인 도시 숲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파주 전체에 걸쳐 예술적 감성을 입히고, 가옥, 간판, 가로등, 벤치, 정거장, 울타리, 이정표, 도로, 창고, 컨테이너 박스, 비닐하우스, 담장, 전봇대 하나하나까지 조형예술을 가미하고, 경관자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감성을 입혀야 한다.
‘공장은 삭막하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공장재생, 산단재생도 나서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의 기법을 모색하는 것이 핵심이겠다. 감성을 담은 공장과 산업단지는 그 자체로 고부가가치를 품은 ‘낭만산업’의 자원이 될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파주는 예술의 도시, 아트 시티로 진화해야 한다.
파주가 건축미학과 예술로 뒤덮인 ‘감각의 제국’이 된다면 골목 하나하나 숲길 하나하나를 구석구석을 만나보려는 답사형 관광객, 체류형 휴양객들이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은 늘어날 것이다.
전국의 자전거족·트래킹족·드라이브족·나들이객·캠핑족·교육연수객들이 파주의 이색적 풍경을 즐기고, 스스로의 인생을 묻고, 영감을 얻기 위해 물밀 듯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파주 구석구석을 누비는 순례 관광객들이 오히려 마을과 가게에 생동감을 주입하고, 지역 일자리 확대와 지방재정 확충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시민의 상처와 고단함을 감싸주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파주 전역에 걸친 예술도시건설체제, 인문감성행정체제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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