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거와 범죄경력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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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소속 정당이나 공약, 정책적 소신 이외에도 그 사람의 성품이나 경력, 살아온 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그중에서도 공직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준법정신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범죄경력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법조인으로 20년 넘게 살다보니 범죄경력에 대해서는 좀 할 말이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만큼 범죄인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도 없을테니 덕분에 다양한 범죄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법치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비례의 원칙이다. 법조인들의 허세가 조금 담긴 표현으로 쉽게 얘기하면 죄지은 만큼만 벌 주자라는 의미다. 경미한 범죄에는 기소유예나 벌금형을, 조금 심하다 싶으면 집행유예형을, 많이 심하다 싶으면 실형을 살리는 것이다. 그렇게 형평에 맞게 처벌하는 것이 소위 정의로운 것이고 올바른 것이라고 우리는 배웠다.

 

그런데 이러한 정의나 형평에 대한 판단을 법조인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의나 형평의 개념은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사회통념이지 법조인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표를 하는 유권자들의 경우에도 본능적으로 이러한 비례의 원칙을 작동시킨다. 사회통념상 절대 공직자로 뽑으면 안 되는 전과자인지 아니면 공직자로서의 업무 수행에 장애가 되지 않는 경미한 범죄경력인지를 충분히 구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예로 들어 보자. 안 전 지사는 이미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았다. 실형을 살았다는 결과는 매우 중한 범죄자였다는 의미지만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그의 전과가 공직을 다시 수행할 수 없을 만큼 파렴치한 전과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재선 충남지사로서, 대선후보로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건은 그 결이 다르다. 안 전 지사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과 무관하게 향후 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성범죄에 대해서는 상습성이 있는 파렴치범으로 공직자로서는 부적절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유권자도 범죄경력을 보고 공직자로서의 업무 수행에 적절한 사람인지를 비례의 원칙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우리나라 유권자의 의식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다. 우리의 깨어있는 의식 수준과 합리적인 판단 기준은 매번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러한 유권자들의 높은 의식 수준을 무시하고 무조건 범죄자는 안 된다거나 전과자로 낙인찍는 선거 운동은 볼썽사납다. 그것은 상대 후보가 판단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판단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직선거법도 선거 관련 법령 위반이 아니면 범죄경력만 고지하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판단 몫을 빼앗아 상대 후보를 무조건 범죄자라고 비난하는 네거티브 전략은 본인이 얼마나 내세울 것이 없는지에 대한 자기 고백처럼 들린다. 정책이나 공약, 정치적인 신념으로 선택받을 가능성이 없는 후보의 애잔한 절규처럼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는 상대 후보의 경미한 범죄경력만을 문제 삼는 삼류 선거운동이 아니라 본인의 성공적인 경력과 훌륭한 정책을 홍보하는 일류 선거운동으로 진화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이러한 삼류 선거운동의 수준을 한눈에 간파하는 깨어있는 유권자들의 건투를 빈다.

 

김대식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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