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은 말 그대로 하나의 업(業)에 해당하는 시기를 마치고(卒), 또 다른 업을 향한 출발이라고 할 수 있고, 졸업은 성취해야 할 업을 마치고 새로운 업을 향하는 출발이며, 아울러 입학은 새로운 과업에 도전함을 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들이 졸업과 입학의 의미를 반복하여 되새기고 준비할 때, 학계와 언론에서는 분주하게 우리 인간들의 업을 정리 평가하고, 네트워크 사회를 향한 우리들의 업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전망하는 지표들을 쏟아낸다.
그래서 향후 우리가 열어나가야 할 네트워크 사회는 ‘지구화’라는 명제를 던져준 바 있다. 그런 맥락에서 세상의 모든 존재가 둘이 아니며 서로 그물처럼 상대방과 얽혀서 서로 의존하고 존재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 삶의 가장 중추적인 방식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부처님은 우리의 모든 고통은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는 무명에 의해 비롯된다고 간곡히 말씀하셨다. 따라서 우리의 행복은 모든 존재의 상호 의존성, 다시 말하면 연기법의 진리를 깨달아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더불어 잘 살도록 선업을 닦는 불교적인 삶의 실천 여하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서구에서는 새로운 지구화 시대를 준비하며, 지난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강대국들이 이제 약소국들의 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물론 이는 약소국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빈곤과 굶주림이 자국의 풍요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는 강대국만이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는 사실과, 약소국들의 희생 위에 그들이 풍요를 누려 왔으며, 약소국들의 발전이 없는 그들만의 풍요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데 있다. 강대국들의 생산품을 소비하고, 재생산을 위한 재화를 공급하는 약소국들의 역할이 비로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연기법에 잘 설명되어 있다. 연기법은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 의존하며 존재하고, 서로 의존하여 발전하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겨나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지구화 시대를 이끌어 갈 방향이 부처님께서 2500년 전에 이미 전파하셨던 가르침이라는 사실은 감탄스러운 것인 동시에 놀라운 일이다. 연기법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평화를 구현하는 가르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우리나라를 동방의 빛이라고 찬탄했듯이, 새 봄에 졸업과 입학을 맞이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연기법을 가슴에 새기고 몸소 실천하여 사회의 진정한 ‘동녘의 찬란한 빛’으로 거듭 성장해 나가길 기원해 본다.
일면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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