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에서 흔히 보는 자극적인 소재나 설정도 없지만 ‘한 번쯤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우리의 로망을 담아서 일까.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에 푹 빠진 시청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화면 속 가라치코 마을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마을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다.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동네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거리에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서 훈훈한 정이 넘친다. 예전에는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 생활이 익숙한 우리 세대는 요즘 옆집,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여러 번 사회를 흔들었다. 특히 지난해 친부와 내연녀의 무차별 학대로 숨진 ‘고준희 양 암매장 사건’의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준희 양이 고통 속에 숨져가는 동안 ‘과연 우리는 무얼 했나?’라는 반성을 해보게 된다.
준희 양이 차가운 주검으로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분명 여러 번 보냈을 안타까운 신호를 우리는 알아챘어야 했다. 준희 양의 아버지는 경찰조사에서 ‘훈육 차원의 체벌’이었으며 학대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아동학대 가해자의 상당수는 이렇듯 ‘훈육’의 명목으로 폭행을 정당화한다.
아동학대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체벌에 대해서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릴 수도 있지’, ‘내 훈육방식인데 무슨 참견이냐’라는 인식이 여전해 학대와 체벌의 경계가 사실상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1979년 세계 최초로 아동학대법을 제정한 스웨덴의 경우는 아동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체벌을 가하면 처벌받는다.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훈육 과정뿐 아니라 어른이 분에 못 이겨 아이에게 욕설을 해도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는다.
아동학대의 신고체계도 간소해 지난 10년간 신고도 크게 늘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의 체벌인 경우가 많다.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자는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학대의 80%가 부모에 의해 이뤄진다. 따라서 피해 아동에 의한 직접적인 신고는 사실상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이웃들의 관심이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는 학대받는 아동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든든한 지원자가 될 수 있도록 주변에 따뜻한 관심을 갖자는 ‘우리아이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우리아이캠페인 노란 배지에 적힌 문구다. 다시는 제2ㆍ3의 준희 양이 생기지 않도록 ‘남의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라는 인식의 변화,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과 같은 훈훈한 이웃 간의 관심으로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유현주 안양동안경찰서 경무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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