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법원은 다른 사람의 토지에 허락 없이 묘지를 만들었더라도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묘지를 관리·점유했다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고 인정한다. 이에 의하면 B는 1987년부터 20년이 지난 2007년경에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게 된다.
그런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라 한다)이 시행되면서 2001. 1. 13. 이후 설치되는 분묘의 경우에는 최장 60년까지만 매장이 인정되고, 소유자의 승낙 없이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설치된 분묘의 연고자는 그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이에 2001. 1. 13. 이후 토지소유자의 허락 없이 설치한 분묘의 경우에는 아무리 오랫동안 소유자의 이의 제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연고자는 소유자에 대하여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없다.
문제는 B의 경우와 같이 장사법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지만, 장사법 시행일 이후에서야 20년의 취득시효가 완성되는 분묘에 대해서 종전과 같이 취득시효를 인정할 것인지, 혹은 장사법의 취지에 맞게 취득시효를 부인해야 하는지 문제가 된다.
대법원은 B가 1987년부터 2007년께까지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점유하여 왔으므로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이 장사법의 시행으로 더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지만, 장사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묘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위와 같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는 경우 외에도,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그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분묘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에 따를 것이나, 그러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며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 존속한다고 해석한다.
이와 같이 분묘기지권은 강력하다. 그러므로 토지나 임야를 매수하려고 하는 사람은 매수 전에 반드시 분묘의 설치 여부, 분묘의 설치시기, 관리되고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국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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