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이 알파고 1.0을 또 다른 알파고 2.0이 한 번의 패배도 없이 꺾었고, 10만개 이상의 인간 기보로 학습한 알파고 1.0과는 달리 알파고 2.0은 기보학습 없이 스스로 학습(딥러닝)해 정확도를 높여 더욱 놀랍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초미의 관심은 인공지능이 현재의 직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다.
전문가들의 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순 노동직인 콜센터 직원, 요리사, 법률비서, 계산원, 회계사, 보험사, 은행원, 도서관 사서, 진단 의사, 창고관리원 등이 대체하기 쉬운 직업으로 꼽혔다. 은행원의 경우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을 통한 금융 거래 활성화로 지난 6년간 은행 점포 1천600여 개가 문을 닫았다는 통계가 있다.
반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른 판단력과 종합적인 해결 능력이 요구되는 교육자, 상담사, 성직자, 연예인, 간호사 같은 전문직업이 비교적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혁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끝까지 살아남는 직업은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지성과 감성, 철학 등의 가장 인간적인 직업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이나 기술적으로 거의 모든 직업이 대체 가능하다 하더라도 실제로 대체될 것인가는 경제적 효용성과 사회적 공감대 등을 토대로 결정될 것이며, 한편으로는 기술이나 시장논리 외에도 사회적 합의에 의한 법과 규정이 조만간 만들지 않을 수 없으리라 예측된다.
이런 분석과 판단에서 보았을 때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해 사회를 유지 보존시키는 정치인이라는 직업도 4차 혁명시대에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 중의 하나로 분류된다.
이것이 4차 혁명시대에 ‘삼류정치’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정치인이란 직업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한때는 ‘정치인도 수입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이제는 국민들이 그런 말조차 할 여유조차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것이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간적이란 것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정치인 수입이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이유다. 물론 정치 행위의 모든 부분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체할 수 있고, 대체해야만 하는 일정 부분은 반드시 있다.
데이터 축적과 분석, 각종 자료 찾기 및 검토 등의 기능은, 들불처럼 번지는 #Me Too 운동에도 불구하고 ‘의원님,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라는 한마디 말조차 못하는 보좌진이나 비서를 대신할 수 있는 분명하고도 충분한 역할이 있다. 자신과 자기편의 유ㆍ불리가 아닌, 자료 및 증빙에 의해 최적의 판단을 하는 부분까지는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사회적 합의에 의한 정상참작 또는 정책의 선택 같은 부분은 정치인이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우리 속담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팔이 안으로 굽더라도 사실관계와 시시비비는 명확히 가려야 한다. 불문곡직하고 자신의 편을 두둔하고 상대의 의견을 묵살하는 행동은 원망을 원한으로 키우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도 막지 못해 결국 자기편의 파멸을 불러온다. 인공지능과 정치인의 공존시대가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정의사회에 가까워지게 만들 것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효수 경기도장애인체육회 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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