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온 성폭력 피해자의 ‘미투(#Me Too)’ 고백을 통해 오래된 관행처럼 여겨졌던 성폭력 피해사실이 밝혀지고 이어서 정치판을 뒤흔들어 놓더니 이제는 초·중·고교로까지 번지고 있고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서도 피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그동안 감추어졌던 성폭력에 대한 민낯을 보는 것처럼 부끄럽다. 미투의 본질적 문제는 인간 본연의 욕망과 더불어 지위에 대한 우월성 그리고 절제하지 못한 탐욕이 빚어낸 괴물적 산물이기도하다.
국내 모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퓰리처상 수상자인 전직 뉴욕타임스 기자 주디스 밀러(70)는 “권력 남용에 대한 ‘침묵의 문화’는 끝났다”며 미투 운동이 “미국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풍경(landscape)을 변모시키고 있고 할리우드·실리콘밸리·워싱턴으로 상징되는 문화예술·경제·정치 각 분야에서 ‘게임의 법칙’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기존 가치관이 급격히 무너지거나 여성 고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려했는데, 그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 ‘펜스룰’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투 운동이 워낙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다 보니 당초의 본질에서 벗어난 부작용과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펜스룰’은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의회전문지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행동 방식을 의미하는데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됐다. 오해를 사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에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직장 내 남성들이 동료인 여성과 접촉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풍토가 생기면서 펜스룰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펜스룰은 애초에 여성과 문제가 될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펜스룰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직장에서의 여성의 취업과 승진의 기회를 축소하고 여성을 더 고립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부작용이라 여겨진다. 이 또한 우리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며 지나침이 부족함만 못하다는 불편한 진실이라 생각된다.
바르지 않은 조직의 전통과 개인의 옳지 못한 습관과 행태는 계승되거나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작금의 미투 운동의 본질과 여파로 인한 폐해와 후유증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잘못된 행태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이러한 일이 또다시 사회적 이슈가 되거나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바라기는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이고 또다시 십수 년 후 과거 지향적 피해에 대한 미투 운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쯤에서 미래 지향적이고 펜스룰이라는 또 다른 장벽이 없는, 남녀의 성별과 지위 고하를 떠나 차별 없이 편안하게 공존할 수 있는 문화, 상대에게 사소한 빌미라도 제공하지 않고 상대에게 불쾌감을 받지 않을 노터치(No Touch) 운동이 전개되면 어떨까 싶다.
강준의 ㈔가치향상 경영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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