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순하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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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식탁에는 건강보조식품이 날로 늘어난다. 아이러니하게도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건강식품이 늘어날 때마다 복용할 약의 종류도 함께 늘어난다. 운동은커녕 몸을 움직이기 싫으니 음식과 건강식품으로 건강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가 점차 하나씩 질환이 추가되는 것을 보니 염려가 되면서 건강해지려면 뭔가 자꾸 채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이 걷어내고 빼야 할 것으로 보였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다. 집집마다 옷장 안에는 옷들로 그득하고, 신제품이라면 밤새 줄을 서서라도 사야만 하는 얼리어답터들이 넘쳐나며, 열심히 사들이고는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물건들이 쌓여간다. 끝없는 소비를 통해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과 타인에 대한 경쟁의식, 행복에 대한 과도한 추구, 정체성에 대한 불안함을 잠식시키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다.

 

그러나 집안에 뭔가를 채울수록 편히 쉴 공간은 사라지고 안식처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다. 업체는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대중들이 이에 열광하면서 더욱더 자극적이고 화려해지는 소비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라이프 풍속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물건의 홍수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이제는 단순하고 최소한의 것으로만 살자는 미니멀리즘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물건을 버리고 비울수록 자신의 공간에 여백이 생기면서 온전히 쉴 수 있는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하고 텅 빈 공간에서 자신을 온전히 돌아볼 수 있는 자아성찰과 여유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문화와 고층건물,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시에 염증이 난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전통방식으로 살기 위해 도시를 떠나고, 인적이 끊긴 오지나 깊은 산속에서 살아보는 원시적인 체험을 하기도 한다.

 

몽골 고비사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몽골 통계청에 의하면 몽골을 찾는 한국인들이 2015년 4만7천200여명에서 2017년에는 7만2천800여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주로 20, 30대라고 한다. 귀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서 하늘과 모래 이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막, 문명의 혜택이 전혀 없는 그 곳을 불편함과 생고생을 감수하며 찾는 이유를 헤아려볼만하다.

 

신간서적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오랜 기간 꾸준히 인기를 얻었던 성공신화나 자기계발서와 같이 최고가 되기 위한 덕목을 강조하는 책에서 최근엔 ‘생각버리기 연습’, ‘미움받을 용기’, ‘신경끄기의 기술’과 같이 오히려 비우고 힘을 빼라는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 각광받고 있다.

 

유행을 선도하는 TV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주인공이 느긋하게 삼시 세끼를 만들어서 먹는 정도의 여유롭고 심플한 일상을 보여준다. 콘텐츠가 단순할수록 시청자의 마음에 더 편안함과 공감이입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너무 많은 정보’라는 뜻이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나 관심없는 정보를 들을 때 그만하라는 의미로 TMI라고 말한다.

 

워렌 버핏은 자사 주식주주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독”이라며 “주변 영향을 받아 비합리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니 지금 당장 경제방송을 꺼버려라”고 조언한 바 있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선택 장애를 앓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해주는 맞춤별 서비스가 앞으로 유망산업으로 떠오를 수도 있겠다.

 

이국진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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