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빈 손 국회라는 여론의 질책을 피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물관리 일원화와 관련된 법안 통과를 올해 2월내 처리하기로 “최대한 노력”한다는 합의로 슬그머니 넘어간 것이 지금까지의 결과물인 것이다.
여기저기 따로 노는 물관리 체계를 일사불란한 체계로 정립하겠다는 주장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여기에도 정치논리가 작용하게 되니 1 + 1 = 2가 아니라 0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혹자는 정치권에 정치투쟁을 중지하고 법안을 올바로 심사하고 통과하라는 울림없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답으로 정치권은 정작 서로에게 화살만 쏘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 관련된 부처는 각 부처의 입장과 상부의 눈치만 보고 있고, 가장 전문적인 기관과 학계 또한 그간 쌓아온 지식에 근거한 올바른 목소리를 낼 생각을 안하고 있으니 소는 누가 키운단 말인가.
여당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라도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또 다른 혜안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물관리를 일원화하겠다는 방향은 맞지만 지금의 방법은 이미 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도 반대할 수 없는 방법을 제시하여 물관리를 일원화시킬 생각을 해보자.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안의 골자는 특정 부처로 물관련 업무를 통합시키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이해이다. 새로운 정부에 맞게 새로운 정부 조직을 완성하고 싶은 정치적 목적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오히려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접근 방식 때문에 야당의 동의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안하느니만 못한 여당의 모습이다.
환경부로 통합시킨다고 뜻하는대로 효율적인 물관리가 될 것인지 현실을 감안해서 곧 직면할 향후를 예상해보자.
국민적인 관심도가 낮아서 잘 모르고 있지만 현재도 진행중인 물관련 분쟁이 광역단체간 힘겨루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 실제 상황이다. 광역단체장은 수 십, 수 백만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된 막강한 권력이다. 막강한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거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역간 물분쟁에서 아무리 중앙부처라도 영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부가 갈등의 중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는 없다. 차라리 국토부라면 각 지자체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또 다른 SOC 사업 권한이라도 있기에 중재 시도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국토부로 통합시키자는 얘기도 아니다.
더 크게 생각해보자. 물이란 자원은 생존을 위한 근원적인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는만큼 연관된 분야도, 고려해야할 사항도 매우 많다. 그래서 올바른 정책 판단과 실행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런 중요도를 감안한다면 어느 한 부처로 통합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통합의 시너지와, 갈등 중재에 필요한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독립위원회 설치가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라 하겠다. 물과 관련된 부처는 단지 국토부나 환경부만이 아니다. 농업용수가 관련된 농림축산부, 수력댐이 관련된 산업통상자원부, 지방단위 상하수도 문제가 관련된 광역자치단체 등 관련된 모든 행정부처, 기관에서 대통령 직속 물관리위원회로 전문인력을 파견보내어 정책을 수립, 추진한다면 그제서야 한 목소리로 된 하나의 제대로 된 물관련 서비스가 국민에게 제공될 것이라 확신한다.
촛불혁명까지 이루어 낸 우리 국민은 현재 정쟁중인 물관리 일원화라는 거창한 표현속에 숨어 있는 모순을 원하지 않는다. 이 부처에 붙이니 저 부처로 합치니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제대로 된 물 공급 서비스를 받고 싶을 뿐이다. 이대로 어느 특정 부처로의 물관리 통합이라면 수자원 개발과 규제의 충돌같은 거시적 정책 대립보다도 먼저 맞닥뜨릴 지역간 물싸움이 지역간 갈등으로 커지게되어 결국 잘못된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했다는 비난을 여야 모두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이제라도 야당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할 수 없는 독립위원회 설치에 관한 물관리 일원화 방안 연구를 시급히 추진해주길 집권여당에 바란다.
필자도 우리나라가 중동의 여러나라와 같이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지 실감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와 같은 물부족 국가군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물부족으로 인한 국가재난사태 선포소식을 접하고 미리 대비를 해야 하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정부 부처는 영역싸움으로 대하지 말고, 정치권은 정쟁의 소재로 삼지말고, 물관련 지식인들은 각자의 유불리에 따른 편향적인 주장을 삼가고, 해당 전문직 종사자들은 그간 쌓은 지식과 지혜에 근거한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국회에 몸담고 있는 위정자들은 정치권이 종종 표현하는 “최대한 노력”한다는 의미를 더 이상 불신과 조롱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명심해야 할 것이고, 정부는 물관리를 일원화하겠다고 팔 걷어붙인 이번만큼은 “기왕에 할꺼면 제대로 하기”를 온 국민이 바라고 있음을 더욱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순구 성결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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