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간 갈등을 상생으로 해결할 주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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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라는 책에서 인류 번영을 이끈 최고의 발명품으로 도시를 꼽았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다른 것을 꼽기도 한다. 누구는 기업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문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도시화 비율이 매우 높다. 언론에 보도된 OECD 한국도시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도시화율은 85.4%(2010년 기준)로 OECD 34개 회원국 평균인 47.1%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이는 일본의 76%나 미국의 84%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렇게 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이웃 도시간 크고 작은 갈등이 항상 발생하기 마련이다. 두 도시가 만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길 건너편에 있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못하고, 멀리 떨어진 자기 도시의 학교에 보내는 일도 벌어지고, 상수원 보호구역이 이웃 도시에 있는 경우 보존을 원하는 측과 해제를 원하는 측이 갈등을 벌이기도 한다. 옆 도시에 전기를 전달해 줄 송전선로가 우리 도시를 통과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지방자치제도가 점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도시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한 요청도 그에 따라 높아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고 싶어도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하고, 그 정보를 읽고 보고 생각하고 토론할 삶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역할이 지방자치제도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시민들은 너무 바쁘다. 시에서 추진하는 주요 사업에 대한 설명회에 갈 시간도 없고, 시의 주요 정책에 대해 시민으로서 근거를 담아 의견을 개진할 시간은 더더욱 없다. 공무원들의 관점에서는 시민들이 바쁘니까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다는 생각도 생길 법 하다.

 

갈등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라, 갈등의 긍정적인 측면을 못 살린다거나, 부정적인 측면이 극대화될 때 나쁜 것이 된다. 갈등의 긍정적인 측면은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아이디어를 모음으로써 정책이나 사업의 합리성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웃 도시간 상생을 한다는 것은 공무원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좀 더 살만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이웃들과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풀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관심과 참여의 주체는 시민들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는 주요 정책에 대해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경기도는 근래에 군 공항 이전 문제, 화장장 문제, 쓰레기 처리장 문제 등 입지 문제 뿐 아니라 광역 버스 운행에 관한 문제, 미세먼지 문제, 복지 문제 등 정책적인 문제까지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졌다.

특히 수원화성 군공항 이전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웃 도시들 간에 상시적인 협의 채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래야 두 도시 간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양 도시로부터 받은 더 정확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시민들이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정확한 정보에 바탕을 둔 시민들의 의견은 단순한 여론과는 다르다. 지방자치단체가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바탕이 깔리지 않는다면 도시들 간의 상생은 어려워지고,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보다 낫게 바꿀 수 있는 기회에서 배제되기 쉬울 것이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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