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투심’을 앞세워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하던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좌완 박희수(35)가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딛고 ‘수호신’ 지위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2016년 26세이브(4승 5패ㆍ방어율 3.29)를 올렸던 박희수는 지난해 마무리 자리를 후배 서진용에게 뺏기는 등 부진을 거듭한 끝에 2승 6패 9홀드 8세이브, 방어율 6.63에 그쳤다.
박희수 본인도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빵점을 주고 싶다. 성적이 말해주듯이 내 개인적으로 최악에 가까운 시즌이었고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시즌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이전까지만해도 박희수는 리그 최고의 불펜투수 중 하나였다. 한때 그의 투심 패스트볼은 ‘악마 투심’으로 불리며 알고도 못치는 리그 최고의 ‘마구’로 꼽혔다. 그 악마 투심으로 박희수는 지난 2012년 한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34홀드)을 세웠고, 2013 시즌에는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1승 2패 24세이브, 방어율 2.27을 기록하며 특급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그 시절로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그는 SK의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희수는 현재 몸상태가 괜찮다면서 “체력적으로는 잘 준비가 되어있다. 공 던지는 페이스는 일부러 빨리 올리지 않았고 캠프를 치르면서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스프링캠프를 위해 박희수는 지난해말부터 1월까지 체계적으로 개인 훈련을 이어 오면서 몸을 만들어왔다. 그는 스프링캠프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훈련해 왔냐는 질문에 “‘작년에 왜 안 좋았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사실 구속, 구위, 제구력은 2016시즌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이 비슷하다고 느꼈었는데 성적이 많이 안 좋아진 건 공의 궤도가 낮아져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공의 궤도를 좀더 상승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 시즌을 맞이하는 그의 각오도 비장하다. 박희수는 “너무 비장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작년 시즌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을 만큼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팬 분들도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 같고 나를 포기한 분도 계실 것이라 본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제 팀에 보장된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정말 올 시즌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성과 부분에서 목표로 하는 것은 없다. 올해는 팬들이 믿어주고 응원해주실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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