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 노인의 쓸쓸한 무단횡단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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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9일 저녁 6시45분경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880 한양아파트 단지 후문 앞 노상에서 모 버스회사 소속 시내버스(63세, 남) 차량이 편도 2차로 도로에서 1차로로 약 30㎞h 속도로 주행 중, 손수레를 밀면서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여성 노인 보행자(70세)를 버스 앞부분으로 충격하여 사망하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사고 발생 주변을 살펴보면 한양아파트 단지 후문 상록수역 방향을 기준으로 좌측은 상업시설 및 주택가가, 우측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지역이다. 아파트 후문에서 약 70m 거리에 상록수역 방향 버스정류장이, 후문 건너편 약 70m 정도에 수원 및 군포 방향 버스정류장이 있다.

 

만약 아파트 단지 후문에서 수원 및 군포 방향 버스정류장을 이용할 경우 후문 근처에 위치한 횡단보도를 이용하여 건너가면 된다. 이는 굳이 무단횡단을 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상가 및 주택가에서 상록수역 방향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거나 반대로 버스 정류장에서 상가 및 주택가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약 65m 정도 위치한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한다.

이 정류장을 이용하는 보행자에게 있어서 무단횡단은 시간과 이동을 최소화하는 가장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사고 현장에서 조사를 하는 동안 가족 단위나 개별적으로 무단횡단을 수시로 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한양아파트 후문에서 상록수역 방향 버스 정류장 이전에 보도블록 안전펜스가 설치되어 있어 무단횡단을 하지 못하나 정류장 근처에는 이러한 안전펜스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앙분리대 펜스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얼마든지 무단횡단이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외에도 도로 상에 패인 자국(포트홀)이 있어 어두워질 경우 무단횡단 보행자나 자전거, 손수레 등이 있을 경우 넘어지거나 걸려서 위험한 상황들이 발생될 수 있다. 이러한 포트홀은 보행자 외에 도로를 운행하는 차량의 타이어뿐만 아니라 차량 파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안산 상록구에서 발생한 무단횡단 사망사고 발생 장소를 확인하고자 주변 부동산 중개사무소, 식당, 미용실 등을 방문하여 사고 발생에 대해 아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바와 다르게 다들 사고 발생 자체를 모른다고 답변하여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러한 무관심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교통안전 의식 수준의 실상을 보여주며, 향후 무단횡단으로 인한 보행자 사망사고가 재발될 가능성이 높음을 또한 보여준다.

 

지자체에서는 지역주민들이 해당 지역에서 어떠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교통안전 대책과 안전주의 사항들을 반상회 또는 시정신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민들에게 전파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그 지역의 교통사고 재발을 위해 발생 지점 환경에 맞추어 도로 안전시설 개선이 즉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시설개선 예산이 반영되어야 하며, 교통사고 희생자별 맞춤형 교통안전대책을 수립하여 안전교육, 안전용품 지원 등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통안전 추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윤석 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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