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진감래(苦盡甘來)가 고진감래(苦盡監來)가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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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監査)의 역할은 ‘공무원을 혼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걸리면 혼나게 되어 있는 것이 감사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일을 찾아서 하거나 적극적으로 해서 감사에 걸리는 것보다 일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최소로 해서 감사에 걸리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오죽했으면 감사를 받는 공무원들이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뜻을 ‘고생을 진창하고 나니 감사를 받는다(苦盡監來)’라고 하며 씁쓸해 할까 싶다.

 

그렇다면 감사(監査) 본연의 기능이 잘 작동되도록 하면서도 감사로 인한 부작용 즉 공무원들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것을 없애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의 결과로 경기도 감사관실에서는 ‘적극행정 지원’을 핵심가치로 삼아 활동하고 있다. 적극행정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도는 ‘사전컨설팅 감사제도’와 ‘적극행정 면책제도’, ‘소극행정 특별조사’를 시행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싶지만 사후 책임이 두려워 머뭇거리는 공무원을 위한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는 2014년 4월부터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된 제도다. 지난해 말 현재 655건을 접수 받아 처리했는데, 정식 접수가 아니라 구두 또는 전화 등으로 컨설팅 한 것까지 합하면 1천건이 넘는다. 지금까지 민원해결 관련자가 3만9천903명에 이르고 투자유발 2조 111억 원, 일자리 창출 유발 3만2천608명의 효과를 거두었다.

시행 초기에는 책임회피성 신청, 자체적으로 검토가 충분히 가능한 사안을 신청하는 무분별한 신청이 많았지만 책임행정을 훼손하는 사안의 경우 반려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변호사 채용 등 인력확충을 통해 신속하게 답을 주면서 안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시군,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를 알려왔는데 올해부터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설명회를 개최해 기업애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를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둘째,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잘못이 있어도 면책요건이 맞으면 과감하게 면책 또는 감경하는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적용해 적극적으로 일을 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 공무원 등 적극행정 면책 및 경고 등 처분에 관한 규정’은 3가지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특혜부여 등의 비위가 없는 공익성, 해당업무 업무처리의 필요성과 타당성, 합당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치는 투명성이 그것이다. 도는 위 3가지 모두를 충족하지 않더라도 심사를 통해 면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감사에 참여하지 않은 감사관실내 팀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모여 징계요구의 적정성을 심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의도적이든 아니든 소극적 일처리를 하는 공무원에 대해서 ‘소극행정 특별조사’를 통해 엄중 문책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일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혼내주는’ 감사권인 셈이다. 도는 2016년과 2017년 갑질 행정, 무사안일 행정, 탁상 행정 등 ‘소극행정 특별조사’ 감사를 실시해 2016년 징계 5건, 시정주의 21건, 2017년에는 징계 8건, 시정주의 51건, 변상명령 4건 7천498만7천 원 등을 적발한 바 있다.

 

‘적극행정 지원’은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춘 감사의 새로운 전략으로서 경기도 감사관실의 핵심가치다. 감사는 낮은 자세로 합리적이면서도 친절히 수행하되 열심히 일한 공무원은 고진감래(苦盡甘來)가 되어야지 절대 고진감래(苦盡監來)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결과도 이끌어 내어야 도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백맹기 경기도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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