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한때 ‘간질’이라고 불렸던 뇌전증은 원인 인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었다.
뇌전증(epilepsy)의 어원인 ‘외부의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히다’에서 볼 수 있듯이 뇌전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병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치료도 가능해졌다. 뇌전증이 어떤 병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뇌전증은 ‘뇌전증 발작’ ‘부분 발작’ ‘전신 발작’ ‘급성 증상성 발작’ ‘특발성 뇌전증’ ‘증상성 뇌전증’ ‘잠재성 뇌전증’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이런 증상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뇌전증은 이러한 증상이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최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의 신경영상검사가 발달함에 따라 과거에는 관찰할 수 없었던 뇌의 미세한 병리적 변화들이 발견됨으로써 뇌전증의 원인에 대한 규명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임성철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이 신경세포의 이상 흥분에 의한 병인 것이 밝혀졌다”면서 “약물 또는 뇌 자극치료(심부뇌자극, 미주신경자극, 두개외자기장치료 등)로 이런 현상을 억제하거나 수술로 관련 병소를 제거하면 증상의 완화와 치료가 가능한 병인 것이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뇌전증은 1천명당 4~10명 정도의 유병율을 보이며, 매년 10만명당 20~70명이 새로 뇌전증으로 진단되고 있다. 주로 발생하는 연령은 소아기(0~9세)와 노년기(60세 이상) 다.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모든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유전, 미숙아, 분만 중 뇌손상, 뇌염이나 뇌수막염, 사고로 인한 뇌손상, 뇌종양, 뇌혈관기형, 뇌 내 기생충, 뇌졸중 등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원인이 밝혀진 환자는 가능하면 선행원인을 교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증상 발생 초기에 이루어지는 검사에는 이러한 선행요인을 밝히기 위한 검사가 포함돼 있다.
뇌전증의 1차 치료는 약물이다.
임 교수는 “전체 환자의 70% 정도는 항경련제를 적절히 복용하면 발작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머지 30% 정도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적절한 항경련제를 복용하더라도 발작이 지속 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기도 한다”며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50세가 넘으면 뇌전증 발생이 현저히 증가한다. 원인이 젊은 층과 다른 경우가 많고, 치료 또한 나이와 동반 질환을 고려해야 하며, 약물 부작용도 더 흔하다. 발작 양상도 젊은 환자와 달리 비특이적인 경우가 많아 가족들이 인지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지고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임 교수는 “노인 뇌전증 환자의 약 1/3이 뇌졸중에 의해 발생하며 알츠하이머병, 뇌종양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노인환자는 발작에 의한 손상(특히 골절)을 주의해야 하는데, 고령과 항경련제로 인한 골대사의 변화가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고 이 경우 발작 시 골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장기간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경우 이에 대한 대처(운동, 골밀도검사, 골다공증약 복용 등)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은 오는 8일 ‘뇌전증 건강강좌’를 연다. 강의는 ▲성인 뇌전증의 약물 치료 효과 ▲소아 뇌전증의 모든 것 ▲ 뇌전증 완치를 위한 수술적 치료 ▲뇌전증 증상 조절을 위한 뇌자극 치료의 최신 지견 등으로 진행한다.
송시연기자
도움말=임성철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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