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국내 경제성장률의 절반을 책임졌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전 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총 6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건설산업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의 기본인 안전과도 직결되는 산업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건설 환경은 국민과 근로자의 생명·재산과 직결된 안전보다는 가격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발주한 169억 원 규모의 ‘의생명연구동 건립공사’는 공사 설계내역을 분석해 보니 30억 원 이상의 손해가 예상되는 공사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모르고 해당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건설업계는 사실상 ‘사형 선고’에 해당하는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턴키, 기술제안, 대안입찰 등의 기술력에 중점을 둔 입찰제도도 예외가 아니다. 2016년 기술형 입찰 신규 발주물량이 46건으로 그중 22건(47.8%)이 유찰됐으며, 2017년도에는 40건 중 15건(37.5%)이 유찰되는 등 잇단 유찰 사태로 얼룩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무분별한 예산 삭감에만 치우친 제도 운영으로 건설기업의 경영여건은 최근 10년간 지속 악화되어 2005년 5.9%였던 건설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15년 0.6%로 대폭 감소했다.
건설업체의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는 하도급·자재·장비업자의 부실화는 물론 공공건설현장 일용근로자의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이 누적되고 각종 안전사고 증가 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부당한 공사비가 반영되는 구조는 공사의 시작인 공사비 산정 체계·관리부터 시공사를 가리기 위한 입찰제도, 공사 수행 등 모든 과정에 그 불합리한 요인이 있다.
국가계약법에서는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계약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공사비에 대해서만큼은 계약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
제값 받는 시공환경을 조성하고,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의지가 절실하다. 공사 전반에 걸친 공사비 다단계 삭감 구조를 단계별 적정비용이 반영되도록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입찰제도 역시 종합심사낙찰제 및 적격심사제 낙착률을 현실에 맞게 10% 상향 조정과 가격 대신 안전과 품질에 기반한 기술력 중심으로 개편하고 발주기관의 갑질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을 둘러싸고 있는 시설물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또 일선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근로자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국민 삶의 질’은 결코 개선 될 수 없다.
하용환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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