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닥까지 비우고 비워내는
외로운 구도자
이 저녁 붉게 물든 노을
서걱이는 모래 위
할키고 간 바람 흔적도
이제 너의 너른 품안에서
순한 아기가 된다
내 젊은 날 빛바랜 꿈들이
모여 있는 사막 한가운데 작은
오아시스의 환영(幻影),
그 열대의 그늘에 누워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눈 부비며
꽃씨를 뿌린다
두터운 땅 낍질을 깨고나온 뿌리가
지구 반대편 어디쯤
꿈 많은 어느 눈먼이의 정원에
피보다 붉은 꽃을 피우랴
너는 텅 빈 허공에 떠서
사막과 사막의 거친 꿈까지도
잠재우는 외로운 구도자.
기청(본명 정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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