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사상 최초로 인삼이 소개된 문헌은 후한 말에 저술된 ‘신농본초경’이다. 이런 고려인삼이 외교를 통해 중국에 보내진 최초의 기록문서는 송나라 도홍경이 저술한 ‘명의별록’인데, 이 책에는 ‘435년경 고구려에서, 513년경 백제에서, 양나라의 고서인 책부원구에는 627년에 신라에서 선물로 보내 왔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 이전부터 인삼은 중국에 알려져 있었고 약재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았다. 이후 고려와 조선에서도 중국 요구에 인삼을 조공한 사례도 많다. 심지어 조선 후기 일본의 경우, 고려인삼을 수입하기 위해 순도가 높은 은화를 특별히 제조해 유통한 사례도 있다. 일본은 산삼의 고갈로 수입이 원활하지 않자 1720년경 조선으로부터 인삼재배기술을 배워가 일왕을 위해 조선인삼 재배에 성공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이유는 ‘수당서’에 잘 기록돼 있다. 몇 가지로 소개하자면 ‘한 선비가 밤이 되면 산 속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자주 들리기에 낮에 소리 나는 곳으로 가 보았더니 삼이 있어 캐었는데, 그 후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삼의 모양이 마치 동자와 같았다’ 등이다.
필자는 인삼 효능을 연구하던 중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한 일간지가 1999년 보도한 ‘일 왕세손 태어나려라’라는 제목의 기사다. 내용인 즉 ‘일본 왕세자가 39세에 결혼한 이후 6년간 자식 생산을 못하는데 그 이유는 왕세자의 정자결핍이 원인이며, 불임치료를 위해 고려인삼 진액 등을 구입하여 복용해 왔다’였다. 일본 왕세자 부부는 이듬해 딸을 순산했다.
이는 고려인삼이 왕세자의 정자결핍을 치료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015년 세계 인삼과학상을 수상한 김시관 건국대 의료생명대학 교수는 “고령 렛(쥐)에 홍삼추출물을 12주간 급여한 후 정자운동성을 분석결과 정상대조군에 비해 고환 기능이 개선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연구결과는 일 왕세자가 고려홍삼 진액을 복용한 후 딸을 순산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의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불임부부가 증가해 사회 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2017년 10월 12일에 보건복지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4~2016년 난임질환 의료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난임 환자는 6만 3천127명이었는데, 그 원인은 스트레스, 음주, 흡연, 비만, 환경호르몬 등이었다.
의료계에서는 ‘남성의 정소세포 활력은 온도가 높아지면 낮아진다’는 주장과 불임유발 원인으로는 결혼연령의 고령화,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따뜻한 실내나 기후환경라고 분석했다. 남성 불임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정자증, 정자결핍 및 정자 활력 저하이다. 앞으로 아열대 지방의 남성들도 경제발전이 이루어져 선진국의 생활양식에 익숙해지면 난임 질환자 수는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세계 인구 감소는 여성 난임뿐만 아니라 남성의 난임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전 세계의 남성에게 꼭 필요한 난임 치료제 소재로 고려인삼이 개발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해본다.
최근 한국의 인삼산업은 깊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올 뚜렷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 세계의 인삼시장은 화기삼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우리의 민족의 문화 유산인 고려인삼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아가 인류생존에 기여하고 대한민국 인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기능성 식품이 아닌 난임 치료제로 개발해야 할 때다.
이은섭 道농기원 소득자원연구소 인삼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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