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복무 단축과 필요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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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낳은 제2차 세계대전은 역사적 필연이었나? 아니면 피할 수 있는 전쟁이었나? 종전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영국 처칠 총리에게 전쟁에 대한 정의를 물었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필요없는 전쟁’이라고 단언했다. 즉, 독일 하사 출신 아돌프 히틀러가 총통이 된 1934년부터 전쟁이 발발한 1939년까지 영국과 프랑스 지도자가 좀 더 현명했더라면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었다는 회한이었다.

 

전쟁 전 영국 지도자였던 네빌 체임벌린 총리는 실제로 히틀러 총통이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체임벌린은 평화주의자였고 순진한 사람이었다. 국제정세에 무지했고 ‘전쟁과 평화’에 대한 통찰도 없었다. 번번이 히틀러가 하는 평화 약속을 믿었고 결국 5천만 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낳은 세계대전 유발의 역사적 죄인이 되었다. 그가 유일하게 잘한 것은 전쟁이 발발하자 후임으로 윈스턴 처칠을 총리로 지명한 것이다.

 

프랑스는 더 한심했다. 프랑스 레이노 총리는 독일이 재무장해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 1936년 독일 히틀러 총통이 독일 비무장지대 라인란트에 군대를 진주시켜도 막강한 프랑스 육군은 침묵을 지켰다. 당시 프랑스 육군은 독일의 2배에 가까웠고, 영국 해군은 독일에 월등히 앞서 있었다. 실제로 히틀러는 프랑스를 ‘비겁한 나라’라고 칭하고 얕잡아봤다. 프랑스의 어리석고 비겁한 지도자가 히틀러라는 괴물을 키웠고, 4년 뒤 프랑스는 패망이란 비운을 맞게 된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자. 소위 주먹으로 불리는 일진이 누구를 제일 괴롭힐까? 싸움 못하는 학생, 혹은 만만한 학생? 정답은 만만한 학생이다. 아무리 싸움을 못하고 몸이 약해도 건드리면 참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사람을 일진도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 정글의 맹수도 맞서 같이 노려보는 사람은 피하고, 등을 보이는 사람에게 일격을 가하는 법이다. 이것이 본능이다. 때려도 저항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호구(虎口)라고 부른다.

 

히틀러가 약소국을 한 나라씩 야금야금 먹어가는 살라미 전술로 결국 전대미문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3대에 걸친 북한 김 씨 왕조도 미사일 개발과 발사, 핵개발과 실험을 통해 살금살금 핵 강국으로 가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북핵 능력 완성 시한을 3개월로 예측하고 있다.

김정은의 궁극적 목표가 ‘2차 보복능력’의 핵무장에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쉽게 말해 미국의 재래식 혹은 핵 공격을 받고서도 핵무기로 워싱턴을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북한식 표현대로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전 세계는 악몽에 빠질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인질국이 되면 매년 5억 달러가 아니라 50억 달러, 500억 달러를 갖다 바치며 평화를 구걸하는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 핵 공격으로 수백만 명, 수천만 명이 죽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살라미 전술로 우리의 영토를 조금씩 요구해도 우리 국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고, 혈맹인 미국도 우리를 도와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때는 이미 주한미군은 철수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대한 민족이라고 자부한다. 준전시상황과 같은 지금 상황에서 군복무 단축이란 황당한 정책이 실행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6~7년 전부터 글과 연설로 히틀러의 침략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계몽했다. 그리고 그는 혜안과 통찰력으로 연합국에 승전의 길을 밝혀 마침내 나치의 군홧발에 짓밟힌 유럽을 구했다. 그가 남긴 말을 상기하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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