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가상화폐 신드롬이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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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가 열풍이다. 시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가상화폐를 인생 역전의 기회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는 이를 투기성 도박에 비유하며 근절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펴고 있다. 필자는 가상화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가상화폐의 문제점이나 가치, 블록체인 기술의 향후 전망 따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우리나라 경제 발전 같은 것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이번 가상화폐 신드롬으로 우리의 삶이 빠르게 가상의 공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삶이 가상의 공간으로 대체된다는 것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혹시 오래전에 꽤 유명했던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주인공이었던 키아누 리브스가 검은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총알을 마구 피하던 그 영화 말이다. 

영화의 배경은 자연환경이 극도로 파괴된 지구에서 인간들이 기계의 관리(?)를 받으며 평생을 캡슐에 누워 살아가는 것으로 그려진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기계가 설정해 놓은 가상의 공간을 살아가고, 자신들이 가상의 삶을 산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며 살고 죽는다. 몇몇 주인공들이 이런 상태를 깨닫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사투를 벌인다는 것이 영화의 주요한 내용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우리에게 가상의 공간이 중요한 무대가 되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중에서도 자연환경의 극심한 훼손은 많은 전문가가 예측하는 변화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가상의 공간에서 모든 삶이 가능해진다면 실제 자연환경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이 생물학적인 몸을 버리고, 신과 같은 존재가 되지 않는 한 우리는 자연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즉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도 자연환경과 분리될 수 없으며, 자연환경과 우리를 분리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도시’로 대변되는 인공 환경을 만들고 자연과 우리의 삶을 최대한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수기 물과 공기청정기를 거친 공기를 마시며, 제습기와 가습기로 습도를 맞춘다. 또 온풍기와 에어컨으로 온도를 조절하며 야외에서 마스크를 통해 호흡한다. 어떻게든 자연과 분리되려는 삶의 방식들이다.

이런 삶의 결과는 어떠한가? 구태여 본 지면을 할애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 결과들을 힘겹게 몸소 겪어 가고 있다. 인류는 점점 더 살기에 극단적인 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만약 우리의 삶이 가상현실로 전환되면서 자연환경을 더 배제시키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가상화폐든 가상현실이든 제4차 산업혁명이든 다 좋다. 이러한 변화가 큰 흐름이고 우리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에서 자연환경의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머리 뒤에 큰 호스를 끼우고 죽을 때까지 캡슐에 누워 가상의 공간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조성화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관장·한국교원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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