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무기 완성과 남북대화의 뜻을 밝혔다. 일단 남북 간의 대화국면을 조성하고자 희망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국면을 바라보는 시각이 갈려 있지만 그야말로 “두고 볼 일이다”.
북한 핵 능력은 남한을 비롯한 주변국에 대한 핵위협은 달성했을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미국을 타격하기에는 아직도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은 이미 미국민들의 뇌리에 전쟁의 대의명분을 주게 되었다.
이것은 북한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의 반전이자 한편으로는 예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만약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의 실거리 사격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공위성을 발사하려 해도 이미 위협을 느낀 미국은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응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금번 신년사에서 직접 대화국면을 조성한 것에 대해 기대를 해 본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을 인정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과 대한민국 실존을 인정했다는 평가를 믿고 싶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대한민국과 우리나라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체제의 기본틀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경제제재를 풀고 북한의 인민들에게 ‘쌀밥과 소고기국’을 먹이고 싶으면 국제규범과 질서에 맞는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고 세계를 설득할 수 있도록 북한은 대륙 간 탄도탄(ICBM)과 수중발사 탄도탄(SLBM) 능력 그리고 일본과 한국에 위협이 되는 중거리 탄도탄(IRBM) 능력의 실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비확산에 대한 확실한 의지도 보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 협상의 실마리를 마련해 주어야만이 한국 정부가 중간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
북한이 이러한 능력을 포기해도 완전한 핵 능력 포기는 아니다. ‘방어적 성격’으로 구분할 수 있는 핵 능력은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것조차도 없애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북한이 ICBM과 IRBM, SLBM 등 능력을 포기해도 협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야말로 지켜보고 있다. 북한은 그들의 소원인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지만 미국의 주적(主敵)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보고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일본이 조용한 이유는 본능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우리와 직접 대화를 희망하여 손짓하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도 쉽지 않은 방정식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알고 한 단계 더 나가 주길 기대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이번 대화국면이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아니라 첫 번째 걸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현실 직시, 미국의 포용과 자제, 주변국의 도움과 지원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냉철한 지혜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전인범 前 특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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