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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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제천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자. 요즘은 소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식품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농경사회에서는 재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그 의미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중요함을 알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재난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가에서 관련 법령을 만들어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규제를 하고 있지만, 현실은 편리한 부분이 우선시돼 이러한 규정이 외면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고는 편리함 속에서 시작되고 있지만 안전은 규정과 절차를 필요로 하며 이것을 지키려면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야 한다. 필자는 제천 화재사고에서 논란이 되었던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현장경험을 통해 얻은 사례를 바탕으로 몇 가지 대처요령을 제안하고자 한다.

 

2층 여탕의 자동 출입문이 화재 당시 정전으로 작동이 안 되어 대피에 장애를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동문이라 하더라도 수동으로 옆으로 밀게 되면 열리게 돼있다. 하지만 긴박한 현장에서 패닉에 빠진 이용자들은 피난 방향인 앞으로만 밀려고 했을 것이다.

 

또한 2층은 연소가 거의 없었다는 보도를 볼 때 연기 속에서 대피가 어렵다면 계속 전화를 하면서 연기를 호흡하지 말고 침착하게 물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냉탕 속에 들어가 옷에 물을 적셔 대기한다면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실례로 1984년 부산 D호텔 화재 시 고층부에서 피난이 불가한 당시 대만 외교관은 욕조에 냉수를 틀어놓고 이불을 적셔 뒤집어쓰고 화재가 진압되기를 기다렸다가 인명검색 중 발견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러한 실험은 몇 년 전 국내 TV 위기탈출 프로그램에서도 실험하여 물수건의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그리고 호텔이나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는 객실이나 영업장 룸에 부착된 피난 안내도를 보고 자신이 비상구를 실제로 확인해 봐야 한다. 필자는 출장 시 호텔을 이용할 때 물수건과 손전등을 머리맡에 두는 것을 생활화 하고 있다.

 

1층이 필로티 구조이거나 지하 주차장은 출입문을 반드시 갑종방화문으로 설치하고 항상 닫힌 상태로 유지해 불길을 차단해야 한다. 화재와 지진 발생 시에는 승강기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특수용도(의료, 노유자, 목욕업, 숙박 등)와 대형건축물은 반드시 옥외피난계단을 설치하고 내부는 물론 외부 마감 재료를 불연재로 설치기준을 강화해 위험 요인을 감소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가까운 재난안전체험관을 방문하여 사전에 대처요령을 알아두어야 긴박한 재난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소방에서 아무리 좋은 의견을 제시해도 정부와 국민들이 비중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살아가면서 국민의식이 선진화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부끄러운 과거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인간의 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행복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보고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전에 무임승차란 없다. 소중한 생명을 위하여 안전에 투자하자.

 

선병주 동두천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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