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와 유엔, 세계은행이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2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행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데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모두 모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 파리기후협약이 미국에 불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2017년 6월 협약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2015년 12월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을 포함하여 195개국이 서명한 국제 협약이다. 규제가 약하다며 반발하던 니카라과에 이어 6년 넘게 내전에 시달리던 시리아마저 최근 파리기후협약에 동참키로 하면서 전 세계에서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는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유일하다. 트럼프의 협약 탈퇴는 다른 국가들의 탈퇴로 이어질까 우려를 낳고 있으며 국가별 자국 이기주의로 인해 지구라는 공공자원을 통제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학 용어 중에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란 말이 있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은 사람들의 남용으로 쉽게 고갈될 수 있다는 이론으로 미국 생물학자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 이론은 개인의 사리사욕 극대화가 공동체나 사회 전체를 파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최근 인천지역에서 발생한 일이다. 지난 11월 인천시가 도로 건설 사업비 전액(국비 50% 제외)을 부담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동안 인천시와 김포시가 사업비를 두고 줄곧 논란을 빚어왔던 원당-태리 간 광역도로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당초 원당-태리 간 광역도로 사업은 총사업비 560억 원으로 국비 50%, 김포시 35%, 경기도가 15%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단 2지구 지구지정이 취소되면서 김포시 감정동과 풍무동 간 도로가 취소됐고, 김포 한강신도시 주민들이 이 도로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김포시는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을 거부했다. 그 결과 10년 넘게 도로 건설 사업이 중단되었고 그동안 사업비는 1천150억 원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지자체 이기주의 때문에 사업비 증가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됨은 물론 인천·김포시민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 도로를 13년 동안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자체 간 비용 분담을 둘러싸고 많은 갈등과 논란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원, 도로, 교육 등 공공재 내지 공유자원을 이용하는 문제라 하더라도 강제적인 규제가 없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율적 합의가 어려운 실정이다. 공유지 황폐화를 막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공공기관 또는 국가 관리를 해법,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자체 이기주의로 인한 국민의 불편과 국가적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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