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같은 제재 속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여를 촉구하는 움직임 또한 활발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면 참가비와 여행경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며, 지난 11월에는 한국의 적십자 관계자들이 터키에서 북한측 대표들을 만나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축제인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훈풍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필자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규선 연천군수 등 대표단은 기대와 설렘을 안고 ‘봄의 도시’라고 불리는 중국의 쿤밍으로 향했다. 필자는 대표단의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남북 청소년이 참가하는 제3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북한 대표단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번 대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소년 축구대회를 계기로 남북이 첫 공개적인 만남을 가진데다 특히 평창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측의 제안으로 북한 대표단과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현지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남북한 선수들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며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남북 대표단은 환영 만찬과 비공식 대담에서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얼음장을 깨는 희망의 메시지를 교환했다. 우리 대표단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데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이 같은 훈훈한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문 웅 총단장(차관급, 북한 4.25체육위 체육원장) 등 대표단과 많은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은 필자는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와는 별도로 KTX 광명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으로 육성하는 광명시의 계획과 함께 ‘광명~개성 평화철도’ 구상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광명시가 개성을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는데 북한 대표단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분단의) 장벽을 허물자는 것이죠?”라고 반문하며 광명에서 개성을 거쳐 파리로 가는 티켓이 포함된 필자의 명함을 받은 뒤 유심히 살피며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이들은 귀국 후 상급기관에 필자의 제안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광명시는 지난 2015년부터 KTX광명역에서 출발한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주요 거점 도시인 중국의 훈춘, 단둥, 러시아 하산, 이르쿠츠크, 몽골의 울란바토르 등과 교류를 해오고 있다. 올 8월에는 광명~개성 평화철도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착수했고 이를 위한 세미나를 파주 도라산역에서 개최했다. 북한이 광명시의 개성방문을 받아들인다면 남과 북이 함께 유라시아 대륙철도 시대를 열어가는 소중한 계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철도 연결은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큰 지지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대륙철도가 연결되어 남한의 물류가 북한을 통과해 유럽까지 갈 수 있다면 남북한 각각 약 1억 달러의 물류 세수가 발생될 수 있다고 예측된 바 있다. 2015년 현재 북한의 총 GDP가 33억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북한에게 있어서 1억 달러는 어마어마한 수입이다.
2015년 말 미쳤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시작한 유라시아 평화철도 사업이 진전되어 가고 있어 필자의 가슴이 뭉클하다. 명함에 새겨진 광명에서 개성을 거쳐 파리까지 가는 대륙철도 승차권이 현실화되는 날까지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대장정은 계속될 것이다.
양기대 광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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