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가 얼어붙은지 오래되다 보니 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나누고 배려하는 사회가 마치 꿈꾸는 이상향인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 요즘 사회적 분위기다.
그래서 어려운 현실 속에 있는 사람들이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달라고 전재산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 우리 가슴속에 잔뜩 움츠리고 있던 마음에는 깊은 감동이 서리곤 한다.
불우아동 돕기 기부금 128억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 희귀병 딸을 위해 사용해야 할 기부금 12억을 가로챈 ‘이영학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이른바 ‘기부 포비아(공포증)’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없는 돈에 누군가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기부를 해왔던 분들도 그렇고, 이 사건을 지켜본 시민들도 그렇다. 마음속에 나눔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 자랐다.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선의로 하는 봉사와 기부가 퇴색될까 걱정된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인천지역 기부 참여율은 해마다 감소세다. 지난 2011년 36.4%에서 2013년 34.6% 2015년 29.9%, 올해 26.7%까지 떨어졌다. 가뜩이나 닫힌 마음이 더 닫힌 듯하다.
기부가 갖는 사회적 기능은 수혜자에게 도움이 되는 1차적 기능 외에도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재화가 재분배되는 과정을 통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는 등의 시너지효과를 가져온다. 기부추이가 감소세다보니 기부 투명성을 높여 신중해진 기부자에게 자칫 왜곡될 수 있는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너도 나도 노력하고 있다.
금년에도 예년과 같이 지난 12월1일부터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전국민이 참여하는 적십자회비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인천에서 십시일반 모인 적십자회비는 인천시민을 위해 각종 재난구호활동,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위기가정 긴급지원활동,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심폐소생술 보급 교육 등에 사용한다.
특히 올해 7월엔 유례없는 기습폭우가 내려 수해피해를 받은 시민이 많았다. 적십자에선 긴급재난대책본부를 꾸려 복구활동이 종료될 때까지 구호물품 전달, 가재도구 정리 및 세탁활동, 재난심리지원 활동을 펼쳤다. 당연히 인천시민들이 모아준 기부금이기에 시민들을 위해 사용했다.
여느 기관(단체)보다 대한적십자사는 높은 기부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기부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회계 기준을 채택해 재무투명성을 높이고 국정감사와 회계법인 감사를 통해 매년 사업과 회계를 투명하게 검증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영투명성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주요 경영정보를 공시하고 혹시 모를 부적절한 기부금사용을 예방하기 위해 클린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정말 많은 모금기관(단체)이 있다. 이들 모두 소외된 이웃을 돕고 나누고 배려하는 문화가 지역에 견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기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함께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부 투명성에 의구심이 커진 지금, 인천만이라도 모금기관이 함께 해 한목소리로 시민들의 기부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으면 좋겠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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