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FA(자유계약선수)시장서 손아섭(롯데ㆍ98억), 황재균(ktㆍ88억), 강민호(삼성ㆍ80억), 민병헌(롯데ㆍ80억) 등이 1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의 계약을 잇따라 성공시킨 가운데, SK는 외부 FA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해왔다.
시즌이 끝난 뒤 지난 3년간 에이스로 활약한 외인 투수 메릴 켈리를 총액 175만 달러(연봉 140만, 옵션 35만)에 발빠르게 잡았고, 대체용병 최다 홈런 신기록(31개)을 세운 제이미 로맥도 85만 달러(연봉 50만, 옵션 35만)에 재계약을 성사시켰다.
‘토종 에이스’ 김광현이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외국인 투수 한자리에 ‘파이어볼러’ 앙헬 산체스(총액 110만 달러)를 영입하며 선발진을 완성했다.
또 내부 FA 정의윤마저 4년간 총액 29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총액 12억원, 옵션 12억원)에 계약을 체결하며 전력 유출을 막았다.
반면, ‘핵타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발진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과 달리 불펜에서는 확실한 전력 보강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2차드래프트서 영입한 외야수 강지광(전 넥센)을 투수로 전향시킬 뜻을 내비쳤고, 삼성에서 빠른 공을 지닌 우완 김주온을 데려왔지만 뚜렷한 전력 보강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존 전력으로 불펜을 재정비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관건은 불펜의 핵심인 좌완 박희수의 부활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특급마무리’로 이름을 날렸던 박희수는 이번 시즌 2승 6패 9홀드 8세이브 방어율 6.63으로 부진했으며, 또다른 소방수 찾기에도 실패했다.
박희수 대신 마무리 자리를 물려받은 서진용은 42경기에서 2승3패 3세이브 3홀드 방어율 3.91에 그쳤고, 블론세이브는 6개로 세이브 개수보다 많았다. 이 밖에 박정배가 7세이브, 김주한이 5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확실한 마무리 투수는 없었다.
여기에 필승조에서 활약해줘야 할 채병용과 임준혁, 문광은 등도 집단 난조에 빠져 SK의 뒷문은 그야말로 자동문 수준이었다.
결국, SK가 내년 시즌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선 마무리 박희수가 예전 기량을 회복함과 동시에 서진용, 김주한, 문광은 등 젊은 불펜들이 성장해야 한다. KBO 데뷔 첫 해 ‘홈런 군단’을 완성한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번 겨울 ‘철벽불펜’까지 조련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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