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형마트, SSM 규제완화 최대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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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의 일부 조항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은 주로 문서의 내용 따위를 고쳐 바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홍익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골목상권 살리기’를 외쳐온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다. 대기업 소속 대형마트와 SSM의 출점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대기업 전용 고속도로를 내준 셈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전통상업보존구역과 일반구역을 상업보호구역(규제강화), 상업진흥구역(규제완화), 일반구역(등록제도)으로 개편한다.

 

이 중 상업진흥구역은 대형마트와 SSM이 자유롭게 출점할 수 있도록 하는 터전을 마련해 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전통시장 인근 1㎞ 거리 출점제한도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상기 개정안은 균형 있는 발전은 무시하고 대기업만 배를 채우게 한다. 반대로 소규모 상인들 특히, 전통시장의 영세상인들은 굶어서 죽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상업진흥구역에서는 대기업 점포들이 마음대로 출점을 하고 과열경쟁을 하면 처음에는 가격이 내려가는 듯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주변 건물 임대료 인상, 독점·과점업체 출현 등으로 결국에는 다시 가격의 인상을 불러올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 다시 한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올 7월에 도시재생사업의 사업선정 기준과 방법, 공모 지침 등이 공개됐고, 지난 9월에는 제8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가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계획 안건을 심의ㆍ의결했다.

 

주 내용을 살펴보면 전국의 낙후지역 500곳에 5년간 50조원을 투입, 영세민과 영세상인들에게 생활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자 면적 규모에 따라 우리 동네 살리기, 주거 정비지원형, 일반 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 등으로 나눠 사업을 진행하기로 돼 있다.

 

여기서 일반근린형은 10만㎡(약 3만 평)~15만㎡(약 4만5천 평) 주거지와 골목상권 혼재 지역이다. 여기에는 노인, 청소년 등 지역민을 위한 문화 서비스 공간 등이 설치된다. 중심가지원형은 주로 상업지역 20만㎡(약 6만 평)에서 이뤄지며 노후시장개선, 빈 점포 리모델링을 통한 창업 공간 등을 지원한다. 이 사업의 핵심은 노후시장 빈 점포 등을 지원해 상권을 활성화하고 상인들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항목 중 어디에도 대형마트나 SSM을 위한 출점제한 등을 풀겠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그런데 홍익표 의원은 대통령과 정부의 서민을 위한 사업에 어찌 엇박자를 내는 것인가. 대통령과 정부는 불철주야 서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노력 중인데 홍 의원은 이와 상반되는 유통법개정안을 발의했는지 묻고 싶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소규모 영세상인들은 점포를 뺏기고 길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다. 전통시장은 한꺼번에 수천 명이 길거리로 내몰려질 수 있음을 또 명심해야 한다.

 

전통시장, 소규모 영세상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노점으로 생명을 유지하기를 바라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이 법률 개정안은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 법률 개정은 개악(改惡)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선(改善)이 돼야 한다. 국회 심의 과정이 남아 있으니 이번 개정안을 폐기 또는 전통시장 상인 등 소규모 상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봉필규 경기도상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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